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여권과 정부가 ‘피해 호소인’으로 호칭하는 것이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15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2차 가해를 더 조장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사용한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저는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바로 그 단어 속에 여당의 생각들이 다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 발생 6일 만에 직접 공식 사과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도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민주당 여성의원 전원의 입장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며 “이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피해자의 증언을 딱히 의심할 이유가 없고, 가해자 역시 행동으로 그걸 인정했다면,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피해자가 폭로해도 일단 안 믿어주는 세상, 그게 박 시장이 원하던 세상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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