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세운 김근태 “다 바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e-mail]

전대 출마 공식선언… 경쟁자 정동영 정면 겨냥

“바꾸면 반드시 이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15일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의장을 뽑는 2·1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의 간판도, 노선도, 사람도 다 바꿔야 한다”며 ‘바꿈’을 핵심 구호로 제시했다.

김 의원의 ‘바꾸자’는 구호는, 과거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그는 “유야무야 얼버무리지 말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책임이 명백한 이른바 당권파에게 다시 당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겨냥한 날선 공세다. 김 의원은 창당 이후 2년을 ‘해바라기처럼 표만 쫓아다녔기에’, ‘냉정하게 평가해 땅에 묻어야 할’ 세월이라고 냉혹하게 평가했다.

김 의원이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것은 조금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인신공격을 해선 안 되지만 상황과 책임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참모들은 이를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의도된 도발’로 설명한다. 이인영 의원은 “넘지 못할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수퍼 경선’이나 ‘빅 매치’는 커녕 ‘오픈 게임’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요즘 변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반대 의사를 나타낼 때면 “심정적 동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모호하고 은유적인 간접화법을 구사하던 그가 요즘엔 딱부러지게 “아니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진 ‘손가락 경례’도 스타일을 바꾸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시도에선, 아직은 어색함이 묻어난다. 스타일을 바꾸려는 노력이 ‘김근태다움’마저 희석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대중적인 지지도의 열세는 그가 넘어야 할 벽이다. 당내 세력판도에서도 경쟁자인 정 전 장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엄중한 현실이다.

한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재선인 임종석 의원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참여정부와 거리를 둔 채 따로 가려는 세력이 있는데, 나는 참여정부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5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중도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이뤄 재집권의 초석을 닦겠다”고 밝혔다.

임석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