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박 전 시장 사망 18일 만이다.
남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부터 통절히 반성한다.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남 최고위원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직접 알린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지난 24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뒤 침묵을 지켜왔다. 대표적인 ‘박원순계’로 꼽히는 남 최고위원은 여성운동계 출신으로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에 보다 과감한 조처를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 지자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은 여성 유권자들을 분노케 했고 웬만한 대책으로는 민주당에 다시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권력관계 성 불평등을 성 균형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차기 당 지도부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여성으로 지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최고위원 여성 30% 의무화’를 당헌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남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인 30% 여성 임명을 지키고 있으며 이것이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 최고위원도 여성이자 장애인, 여성이자 청년, 여성이자 지역, 여성이자 노동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지명하면 보다 성평등한 민주당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당내에서 직면했던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남 최고위원은 “저는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였으나 당 어젠다에서 젠더 이슈를 우선순위로 이끌어가는 데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받은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했으나, 선거가 끝난 뒤 이들이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일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던 일화를 공개하며 반성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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