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값이 우리 정권에서 올랐습니까? 제 아파트, 엠비(MB) 때도 올랐습니다.”
25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국회 운영위원회가 잠시 차질을 빚었다. 노 실장은 지난 7월 처분한 서울 반포동 아파트 양도차액에 대해 야당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발끈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노 실장에게 서울 아파트값 평균을 아느냐고 질의했다. 노 실장이 답하지 않자 “3년 만에 강남 아파트 처분해서 5억원이나 벌어서 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느냐”고 따졌다. 이에 노 실장은 “그 아파트에 15년을 살았다”, “15년 전부터 살던 아파트인데 왜 3년(이라고) 이야기하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권에서 올랐습니까? 지난 정권에서 안 올랐습니까? 박근혜 정부 때, 엠비 정부 때 안 올랐습니까? 제 아파트는 엠비 때도 올랐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누리집을 들여다보니, 이 아파트의 가격 상승 폭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컸다. 노 실장은 이 아파트를 2006년 5월 2억8천만원에 매입한 뒤 지난 7월 역대 최고가인 11억3천만원에 매각했다. 양도차액은 8억5천만원이었다. 역대 정권별 실거래가 상승률을 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1.3%(-500만원), 박근혜 정부 때는 +62.2%(+2억4250만원), 문재인 정부 때는 +78.7%(+4억9750만원)로 문재인 정부 때 상승률·상승액수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 실장은 문답 과정에서 “사실은 뭐 똘똘하지도 않다. 10평짜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 3년 동안 부동산값이 크게 상승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 지난 정부를 탓하고 있지만 실제 가격 상승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크게 일어났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 실장은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해보면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정부의 안정화 정책에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재 의원은 “그러니까 귀 막고 눈감는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환봉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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