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정기국회 개막을 앞두고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들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가 ‘무릎 사과’까지 한 직후여서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때 5·18 민주화운동 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당론 발의할 예정이다. 통합당도 법안 처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의원들 일부가 법안 내용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게 변수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5·18 왜곡처벌법과 진상규명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애초 8월 안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대처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기국회로 미뤘다. 왜곡처벌법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하거나 비방·왜곡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진상규명특별법은 5·18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과 정원을 확대하고, 개인·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통합당은 진상규명특별법안의 경우 법안 처리에 협조하겠지만, 왜곡처벌법에 대해선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은 25일 <한겨레>에 “당 소속 정무위원들이나 원내지도부 모두 될 수 있으면 법안 처리에 과감히 협조하겠다는 태도”라면서도 “일부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 따질 부분이 있다. 왜곡처벌법은 발언만으로 과도하게 처벌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여당이 왜곡처벌법을 발의하면 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민주당은 과거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발언을 법적 처벌 대상으로 보는 독일 등 국외 사례를 들어 위헌 시비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당론 발의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후속 법안은 광주 지역 의원들이 일찌감치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은 지난 7월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공법단체로 인정하고 생계에 곤란을 겪는 5·18 유공자와 유족에게 생활조정수당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광산을)이 대표발의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의료급여 수급 자격을 5·18 관련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한테도 부여하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범위에 성폭력 피해자, 강제 해직 언론인도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 명예회복·보상신청 기한을 삭제하고 법 시행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보상 청구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합당은 이 법안들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 유공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통합당 의원은 “피해자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6·25 참전용사 등 다른 유공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법 조항을 소급 적용하는 문제는 위헌 시비가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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