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법제사법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추천 시한을 이달 26일로 통보했다. 시한을 넘기면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를 매듭짓고 11월 안에는 반드시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 비협조로 기구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도 정해져 있고 사무실도 마련되어 있는데 (야당이) 일할 사람은 보내주지 않아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숙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쪽 관계자는 “야당이 계속 협조를 거부하면, 법을 개정해 늦어도 11월에는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야당이 추천위원 추천을 계속 거부하면 야당 몫 추천위원 자체를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통첩성의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애초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 협의를 거쳐 12월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지만 최근 기류가 변했다. 국민의힘이 공정경제 3법과 노동관계법을 연계시키는 등 시간을 끄는 기색이 뚜렷해지자 더이상 야당의 협조를 구해가며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다음주 중 정부서울청사에 꾸려진 공수처 설립준비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 몫 추천위원 2명 대신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 위촉하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야당 추천 없이도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공수처법의 위헌 확인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에야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도 유상범 의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헌재에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됐다”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이 초헌법적 국가기관을 설립하고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내지도부는 내부적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우리는 헌재 판단이 먼저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어 민주당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추진할 경우에 대비해 추천위원 한명은 정했고, 한명도 정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갈 경우, 곧바로 추천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노지원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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