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각국 신임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접견장으로 가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검찰 수사와 별도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 경위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전직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청와대 참모진의 연루 의혹과는 별개로, 공공기관의 민간 펀드 투자가 정밀한 원칙과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이 기회에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개선 방안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를 두고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를 겨냥한 권력형 게이트 공방으로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포석’이란 해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공기관의 투자가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지, 정부가 제대로 들여다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라는 게 대통령 지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치 조간 신문에 보도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 등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액이 1000억 단위라는 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움직이면 투자 대상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도 이 부분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의 투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과정이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뒤에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라는 게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없다고 부인한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시선 분산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야당의 ‘권력형 게이트’ 공세에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투자와 도덕적 해이 문제로 옮겨가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쪽도 이 점을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전 행정관이니 직원이니 연루설이 나오는데, 그런 의혹 말고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이 무책임하게 된 것은 아닌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는 범죄인지 아닌지를 보는 거지만, 정부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내린 투자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뜯어보라는 게 대통령 지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전파진흥원은 2017~2018년 13차례에 걸쳐 1060억원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편입자산으로 하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는데, 그 뒤 과기정통부 감사로 이 돈들이 실제로는 비우량 회사의 채권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가 본격화한 뒤 잠적한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가 ‘전파진흥원의 당시 최아무개 기금운용본부장을 상대로 매달 금품을 제공하거나 국외여행을 함께 다녀오는 등 로비를 벌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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