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과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대응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누가 새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든 “지금까지 가꿔온 소통 채널에 따라 잘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현재 개표작업이 진행 중인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외교부는 미국 대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선 동향 그리고 가능한 결과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비를 잘하고 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지금까지 잘 가꿔온 소통 채널이 양쪽에 다 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면 당선인을 대상으로 축전 발송과 정상 통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미 간의 핵심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새 미국 행정부의 대중 정책 등을 묻는 질문엔 “너무 가정적인 상황이라 모든 게 조심스럽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란 큰 프레임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접근 방법은 새 행정부가 확정이 되면 좀 더 생각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향후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전략을 리뷰(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 여백을 우리 정부가 어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전략이나 남북 관계 개선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쪽이 서울을 통해서 워싱턴으로 가는 과정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오는 8~11일로 예정된 강 장관의 방미 일정에 대해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외교부 제1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방미 일정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본다. 대선 공식 결과가 (그때까지) 판정이 안 날 수도 있고, 트럼프 행정부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그 기간에 바이든 쪽 인사와 만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썩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상황에서) 바이든 쪽 인사와 못 만난다면 방문의 성과가 없는 것이다. 왜 이런 날짜를 택해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워싱턴을 방문하면 특히 의회에선 여야 지도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 “민감한 시점이긴 하지만 (지금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대북 접근이 정상 간의 톱-다운 방식을 중시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 예로, 바이든 전 부통령 집권 뒤에도 “‘탑-다운 방식의 대북 접근을 미국에 요청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난달 22일 북-미 정상회담 언급에 대해서도 (무조건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게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 “풀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박진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전 부통령과 장시간 독대하는 등 깊은 친분을 쌓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런 인적 네트워크에 주목해야 한다. 외교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