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열린 ‘청년국민의힘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 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예고하자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하락과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 등 여론의 반전 흐름, 이번 사과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반감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며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냐’는 이 한 마디, 뜨겁게 기다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 의원은 “시정연설 당시 당당한 척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껏 꾸중해 주실 거라 기대했다”며 “2020년 오늘, 우리가 어느 지점에 분노하고 있는지 비상시를 맡은 위원장께 현실 인식의 용기와 지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이 당내 최다선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반대하는 당의 과거에 대한 사과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고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한 “사과가 취임의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도 “여당 2중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이·박 전 대통령 사과라고 보여지는데 그것을 강행하는 것은 5공 정권 하에 민정당 2중대로 들어가자는 이민우 구상과 흡사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과는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예고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오는 9일 대국민 사과를 예고한 바 있다. 9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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