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문제를 논의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주 안에 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당내 이견을 절충하는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핵심 쟁점을 5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해소할 방법을 집중적으로 논의 중이다.
20일 <한겨레>가 입수한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작성한 ‘강은미·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검토보고서’를 보면 “대형재해 사건 발생에 대한 경영책임자 등의 책임을 강화해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주요 쟁점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먼저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방지의무(강은미 안)나 안전·보건조치의무(박주민 안)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 “구체적 범위가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 제정 시 시청을 방문한 민원인이 청사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숨진 경우 시장에게 이 조항을 적용해 3년 이상 징역 등으로 처벌하자는 주장도 가능할 여지가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또 재계와 노동계의 이견이 가장 큰 ‘중대재해 발생 때 인과관계를 추정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조항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주민·이탄희 의원 안을 보면 △사고 전 5년간 유해·위험방지의무 위반 사실 3회 이상 △사고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지시·방조한 경우에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형사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 논의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가습기살균제법 등 환경 관련 법에서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있는 만큼 그런 걸 참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의총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세번째 핵심 쟁점은 ‘주의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야기’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다. 보고서는 “인허가 결재권자에게 안전·보건의무 위반 사항을 지휘·감독할 실질적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법상 직무유기죄 등으로 의율이 가능하다”며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밖에 법인의 독자적 처벌, 유죄 선고 뒤 형 선고를 위한 선고기일을 따로 지정하는 등의 사안도 현행 사법체계 등에 비춰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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