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수정안은 여당 내에서도 격론을 불렀다.
29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정부 법안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방점을 맞추는 게 맞다. 민주당 의원들 발의안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법의 당초 취지를 훼손하면 안된다. 중대재해 개념 자체를 완화하면 삼성백혈병, 김용균씨 사건 등이 모두 처벌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정부안을 토대로 여야가 함께 심사를 하다 보면 정부안보다도 더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의원은 “정부가 안을 내면 야당은 더 완화된 안을 가져온다. 그러면 ‘정부안이라도 지키자’라는 분위기로 흘러가게 된며 “그러다보면 결국 정부안이 지켜야할 기준선이 돼버린다”고 걱정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발언한 의원들 다수 의견은 ‘정부안이 너무 후퇴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며 “특히 중대재해 개념을 너무 좁혀서 법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수정안에서 중대재해법 적용기준을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종안이 후자로 결론날 경우 혼자 일하다 숨진 태안화력의 고 김용균씨,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숨진 김군씨 사례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 또 정부는 급성중독 사고는 ‘5명 이상 동시’에 피해자가 있을 때 중대재해로 규정하는 안도 제시했다. 2016년 삼성과 엘지 사외하청 노동자들의 메탄올 중독 사고(6명이상) 등 사례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로 보면 ‘사망자 1인’ 사건이 압도적이다. 26일 현재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올해 중대재해 사망자 신고 건수는 모두 751건으로, 이 가운데 1명이 사망한 경우는 전체의 93.74%(659명)를 차지한다. 2명 사망은 18건(2.56%), 3명 이상 사망은 6건(0.85%)이다.
의원들의 우려가 쏟아지자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사위원회에서는 정부안을 기준으로 논의하지 말고 의원님들이 제기한 우려를 다 반영해 심사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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