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동부구치소 사동 창문 앞으로 비둘기가 날고 있다. 3일까지 5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부구치소에서는 1079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서울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정치권에서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여당은 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에 “송구하다”고 밝히면서도 부당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어제야 현장을 찾은 국무총리는 나흘 만에 또 사과하며 초동대처 실패를 인정했고, 동행한 추미애 장관은 에스엔에스에 떠밀린 사과글을 올렸다”며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는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이며, 해당 공무원들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한겨레>에 기고한 ‘갈수록 악화되는 재소자 인권’ 칼럼을 언급하며,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께서 오늘이라도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국민께 사과하는 성의가 아쉽다”며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칼럼에서 “특히 미결구금자는 형사소송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가운데 막강한 경찰 및 검찰과 맞서 자신을 방어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열악한 처우는 한 쪽 선수를 묶어놓고 권투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특검)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가 1천명을 넘겼다. 사망자까지 나왔고, 재소자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사망 재소자 가족은 확진 사실도 몰랐는데 ‘오늘 화장하니 오라’고 전갈을 받았다”며 “동부구치소 사태는 국가의 부작위에 의한 인재이며, 수천명 재소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한 국가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여당은 사과한다고 한마디 던지고는 또 야당 탓을 한다”며 “광화문 집회에 대해 ‘사회적 범죄’, ‘살인마’라며 무섭게 질책하던 청와대는 왜 침묵하나. 특검 도입하고 국정조사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죄를 지어 구치소에 갇혔지만, 코로나 감염이라는 형벌까지 더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생명과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코호트 격리(집단 격리)만 고집하고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한 것은,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려라’고 말한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구치소와 요양병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험에 빠트린 정부의 책임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비판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국민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송구하다”면서도 “‘방역실패론’ 퍼즐을 맞추기 위하여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 이 사태를 빌미로 대통령을 세월호 선장에 비유하는 야권의 태도에서 그 어떤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난은 정쟁이 아니라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며 “교정시설을 포함하여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 곳곳의 취약지대를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동부구치소, 요양병원의 코호트 방역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잘못이 있다면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이를 세월호 참사와 다를 게 뭐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은 도가 지나칠 뿐만 아니라 오로지 정쟁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노현웅 정환봉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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