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 이상직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신상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총투표수 255표 중 찬성은 206표, 반대 38표, 기권 11표였다.

이 의원은 이날 표결 전 신상 발언을 통해 “검찰은 제가 배임·횡령으로 회사를 도산에 이르게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검찰의 일방적인 견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9일 횡령·배임 혐의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은 접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15번째이고, 21대 국회가 들어선 뒤로는 두 번째다. 지난해 10월 4·15 총선 회계부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바 있다.

이날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정순 의원 때만 해도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부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 의원의 경우엔 동정 여론이 별로 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직자 윤리 기준이 강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내로남불’ 논란을 비롯해 4·7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민심 악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대량 해고 사태로 당의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다가 지난해 9월 자진 탈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과 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장기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 회사의 재정 안정성을 해치는 등 회사에 약 430억원의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회사의 자금 담당 간부 이아무개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자금 38억원을 임의로 사용한 이씨의 횡령 범죄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이 의원의 조카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의원의 지시 아래 전체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