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지난해 8월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겪은 전남 구례를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22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대규모 산불과 태풍으로 피해가 난 강원도 고성과 삼척, 경북 울진 지역을 방문했다.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진두지휘했던 4·7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여의도 일정’을 삼가고 전국 각지의 민생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표가 이날 방문하는 강원도 고성은 2019년 4월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뒤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로서 4차례 직접 방문한 곳이다. 당시 수첩과 펜을 들고 피해 상황을 살폈고, 이런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민생 챙기는 총리’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강원도 삼척은 2019년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그해 10월 이 전 대표가 총리 자격으로 방문했다. 태풍 ‘마이삭’, ‘하이선’으로 피해가 심했던 경북 울진은 지난해 9월 여당 대표로서 방문했다. 4·7재보선 참패 뒤 곧바로 과거 방문했던 재난지역을 다시 찾는 배경에는 이 전 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부터 두루 챙겨보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후보 선두주자였던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섣부르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따라잡힌 데 이어 최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도가 급등하면서 3위로 밀려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4·7재보선을 반등의 계기로 삼았지만 그의 부인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것으로 분류돼 선거 당일인 7일 오후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재보선 참패 뒤 자연스럽게 ‘두문불출’로 이어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격리가 해제된 15일 페이스북에 “재보선 패배는 아프고 민주당이 직면한 과제들은 무겁다”면서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다시 받는 일에 저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 뒤의 행보가 민생 현장 탐방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세월호 7주기를 맞아 대전현충원을 찾아 세월호 순직 교사들의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자신의 출생지이자 국회의원·도지사를 거친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전남 지역을 찾았다. 전남 영광의 부모님 묘소를 찾은 뒤에는 청년 농업인의 배 농장을 방문했다. 18일에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피해를 본 전남 구례를 방문해 “올해 장마철이 오기 전에 섬진강 하상정비와 제방 숭상을 마치도록 서둘러야 한다. 조사가 끝나면 섬진강 댐관리의 합리적 개선방안도 이행하도록 환경부가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 등 구체적인 민생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행보였다.
이 전 대표의 민생 현장 탐방은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5·2 전당대회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뒤 지역조직 구축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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