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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사리분별 못한 윤호중의 사과

등록 2021-04-23 01:23수정 2021-04-23 02:43

현충원 무릎참배·방명록 사과
“장소·형식·내용 모두 부적절” 비판
피해자 “저는 순국선열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현충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였다.

윤 원내대표의 ‘현충원 방명록 사과’를 두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장소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성추행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도 엉뚱하지만, 민주당이 해온 텅 빈 사과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을 진심으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도 않았고, 장소·형식·내용 모두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현충탑 참배 마치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작성한 방명록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작성한 방명록. 2021.4.22 jeong@yna.co.kr/2021-04-22 08:33:4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현충탑 참배 마치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작성한 방명록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원내대표단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작성한 방명록. 2021.4.22 jeong@yna.co.kr/2021-04-22 08:33:4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윤 원내대표의 행동은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식 브리핑을 열어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에 대한 나름의 대응으로 비친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은 별도의 브리핑 장소와 시간을 마련해 기관장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내용도 “사건 발생 즉시 제대로 된 즉각적인 대처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가 매우 부족했다” 등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성추행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독립된 성희롱·성폭력 특별전담기구 설치 등 제도적 보완책도 담겼다. 오 시장 사과 뒤 피해자는 입장문을 내어 이번 사과가 자신이 이제까지 받아왔던 사과와 달랐다고 했다. 책임 있는 사람이 별도의 시간과 장소를 내서 대책까지 짚으면서 사과한 일이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늘 상황에 떠밀렸을 때만 마지못해 사과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7월 첫 사과를 할 때도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를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서야 뒤늦게 이뤄진 두번째 사과에서도 당내 주요 인사들의 2차 가해에 대한 사과와 구체적인 방지 대책은 빠졌다.

윤 원내대표는 ‘현충원이 사과 장소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우리 당이 그분들에 대해 충분히 사과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신원이 밝혀질 수 있어 찾아가거나 뵙자고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며 “(현충원이) 사과의 말씀을 드릴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별도의 (사과) 뜻을 전달할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도 입장문을 내어 윤호중 원내대표의 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피해자는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현충원에서 제게 사과를 하시나요?”라고 반문하면서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재발 및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던) 당신들께서 하신 말씀에 책임지십시오. 그리고 제발 그만 괴롭히세요”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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