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연설로 ‘초선 스타’가 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를 저격하고 있다. 5일에는 전날 이 지사가 대학을 안 가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교육까지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학력으로 임금 차별을 하지 말자는 화두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4년간 일한 사람과 4년간 대학 다닌 사람 보상이 같아야 한다’는 이 지사의 구호 비슷한 발언은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식견을 내비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이 지사님, 시대를 읽으시고 무거운 주제는 깊이 고민합시다”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이어 “대졸과 고졸 임금 차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 국가전략의 핵심, 교육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대졸자와 고졸자의 보수 차이가 과하면 분배와 통합을 해치지만, 인적투자를 권장하고 열정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서도 안 된다”는 이유를 댔다. 윤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 교육과 기술의 경주”라며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인데 ‘대학 안 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용 천만원’처럼 선정적인 낚시를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날 경기도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함께한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입시 문제·학력으로 인한 임금 차별 등을 거론하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하는 청년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경기도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오직 대학 진학에만 골몰하지 않도록 정부가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학력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도 바꾸자는 취지였다.
윤 의원이 이 지사와 맞붙는 구도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지사가 지난달 25일 법의 날을 맞아 제안한 이른바 ‘재산 비례 벌금제’에 대해 윤 의원은 “선별적으로 벌금액을 매기는 것이 공정이라면, 국가가 제공하는 현금복지도 부자와 빈자에게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혜택이 동일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사람을 더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가 이후 “‘손님실수정치’는 그만하라”라고 윤 의원 등을 향해 훈수를 두자 윤 의원은 다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대립시켜 택일해야 할 것처럼 오도한 것은 복지시스템을 악용한 정치쇼일 뿐”이라고 맞받았다.
윤 의원이 연일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이는 배경엔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이라는 정통성·전문성을 내세워 이 지사의 ‘정책 저격수’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보수 진영 내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초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다음달께 열릴 전당대회에서도 ‘초선 당 대표’ 후보군 중 하나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윤 의원의 ‘존재감 키우기’ 행보는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명 지사 쪽 핵심 인사는 “고졸 취업 지원 업무협약식에서 학력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다양한 방안 가운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떤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것인데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가 ‘세계여행 1000만원 지원’을 고졸 취업 정책으로 발표한 것처럼 규정해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야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윤 의원의 이런 태도야 말로 진짜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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