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국무총리(김부겸) 임명동의안에 반대하는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도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낙마 3인방’에 대한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해온 국민의힘은 13일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불참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저녁 7시께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 줄지어 서서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민주당은 각성하라”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후 본회의장엔 들어섰지만, 표결에는 참석하지 하지 않았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 부대표는 “국회가 더 이상 청와대의 거수기, 심부름센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오기 인사를 넘어 국민과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반칙”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야외 의원총회를 하고 청와대에 총리 인준안 강행 처리를 항의하기로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결렬된 직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하며 “이 문제는 인사권자가 결단할 문제다.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에 맞는 국정운영을 하실 수 있도록 제가 찾아가서 대통령께 건의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또 “국무총리와 장관을 선정하면서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듯이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김 후보자, 임 후보자, 노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조를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의지를 확인해주셨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인다”며 “부적격 후보자를 감싸면서 끝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더 큰 민심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애초 당 내부에선 김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우호적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총리 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던 데다 “무작정 발목잡기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 나섰던 총리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제1야당이 국정 공백을 고려해야 한다”(조수진 의원)는 공개 의견이 있었다. 3선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하는 정치, 통 큰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한테도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화끈하게 통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합의로 총리 인준안을 처리하는 대신, 여당 단독 처리를 유도한 배경엔 여당의 ‘독주’ 모양새를 부각하는 것이 지지층 규합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남은 5월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국민의힘은 향후 여론전을 통해 여당의 ‘독주’가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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