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선 일정 연기론을 공개 주장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이 지사 옆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외한 여권의 대부분 차기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당헌·당규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선 흥행 문제 등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 무작정 연기론을 일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송영길 대표는 1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선 연기론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단순히 경선을 연기할 거냐 안 할 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방법이 가장 국민의 신임을 얻어 민주당이 다시 한 번 이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이달 중순께 구성될 대선기획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 출마 때 ‘원칙이 우선’이라던 입장에서 변화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큰 차이 없다. 우리 당헌당규상에도 저희들이 판단할 수 있는 단서조항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88조2)은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상당한 사유’라는 단서조항이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지도부의 의중에 따른 유권해석이 중요하다.
지난 6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기자회견을 필두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이광재 의원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경선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지난 8일 경기도 17개 기초자치단체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경선 연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윤영찬 의원 등 측근의 입을 통해 경선 연기의 필요성을 밝힌 상태다.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여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여전히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사의 한 측근 의원은 “경선을 미룬다고 흥행에 성공하리란 보장이 있냐”며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공천 때처럼 괜히 당헌·당규를 어겨 가면서 무리수를 두면 탈이 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지사 쪽도 경선 연기 압박이 거세지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지사의 한 핵심 참모는 “경쟁자들의 요구를 계속 딱 잡아떼는 모습만 보이면 자신감 없다, 여유가 없다 같은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조급해하는 이미지가 쌓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뉘앙스의 변화를 보였지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송 대표는 <한겨레>에 “원론적 입장”일뿐이라고 했다. 윤관석 사무총장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주자끼리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경선 일정에 대한 연기 주장 등) 제기가 있으면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연기론 그 자체를 검토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열흘 뒤인 6월21~22일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본 경선 후보 5명을 추리는 예비 경선은 6월30일~7월2일까지 치러지며 다음달 3~4일 경선 후보자 등록이 이뤄진다. 8월14일부터 지역별 순회 경선을 시작해 9월10일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
노지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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