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대북강경책 주도 미국 에둘러 비판한 듯
노대통령, 이종석 통일 발언 옹호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에스비에스〉 인터뷰 발언이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크고작은 (정책) 실패가 있는데, 객관적으로 실패든 아니든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면 안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지난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의원들이 이 장관의 발언을 질타한 것을 염두에 둔 듯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 되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여분 동안 이 장관의 소신 발언을 옹호했다.
그는 “내가 텔레비전을 봤는데, 이 장관은 ‘대북정책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국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굳이 실패를 말한다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고, 한국이 좀더 작은 실패를 했다고 봐야겠지요’라는 취지였다”며 이 장관을 변호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가 진실과 사실을 말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면 좋겠다”며 “진실이 국회에 가서 왜곡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국무위원들에게 “장관들은 자기 소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뚜렷하게 표명하고 되받아서 질문도 해야 한다”며 “‘그러면 의원님께서는 지금 우리가 북한의 목을 졸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체 오류가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미국의 오류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 미사일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우리 정부의 바람과 달리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과의 만찬에서도 미국의 대북 금융제제에 대해 “‘선참후계’(먼저 목을 벤 뒤 잘잘못을 가리는 것)를 떠오르게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정답을 요구하지 말라. 현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외교통’으로 불리는 박진 의원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이라며 “한-미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최고 통수권자와 통일장관이 노골적으로 외교관계와 국익을 손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장관과 대통령이 소신발언을 했다고 문제가 되진 않지만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그렇게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외교통’으로 불리는 박진 의원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이라며 “한-미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최고 통수권자와 통일장관이 노골적으로 외교관계와 국익을 손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장관과 대통령이 소신발언을 했다고 문제가 되진 않지만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그렇게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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