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 간담회를 한 뒤 오찬장을 나서며 밝은 표정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선장론’ 피력…당 정체성 유지·외부인사 영입등 비쳐
“임기끝나도 열린우리당 백의종군 하겠다” 언급도
“임기끝나도 열린우리당 백의종군 하겠다” 언급도
노무현 대통령이 6일 향후 여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 대선후보 선출 등과 관련해 의미심장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오찬이 끝날 즈음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 당이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당은 큰 배인데, 선장이 지금 눈에 잘 안 띈다고 해서 하선하려고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선장이 없더라도 각자가 최선을 다한다면 바깥에서도 선장이 배에 오를 수 있고, 우리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며 “안팎의 사람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으로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열린우리당의 틀을 지키면서 △외부 유력 인사들을 적극 영입해 △당내 대선 예비주자군과의 경선을 통해 여당 대선후보를 정하자는 뜻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최우선으로, 당의 정체성을 자신이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배를 갈아타면 그 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정책노선도 수정하게 된다”며 “이 배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짝 나아가 “역사적 정통성과 미래 국민통합의 주역이 될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우리 당에 백의종군해서 함께하겠다”고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대신, 그는 인물과 정치세력 영입을 통해 힘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 도입 구상과 맥락이 닿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외부 선장’ 발언을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친노그룹에 속하는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 관심이 있는 느낌인데 그런 연장선에서 인식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선자강론’, 즉 당이 먼저 잘되면 외부에서도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으로 그냥 부담 없이 들었다”며 “분명히 방점이 찍힌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당 내부를 굳건히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의 ‘진의’가 어느 쪽인지와는 별개로,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낮은 정당 지지도와 뚜렷한 대선후보의 부재, 민주당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 등이 중심이 된 ‘비노’ 성향의 정계개편 가능성 등은 노 대통령의 바람을 제약하는 현실적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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