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오른쪽)과 전해철 민정수석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 대한 조사 배경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청와대 인사논란 해명 간담회
“진상 캐낼 것” 한나라당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파문 진상조사단’ 이계진 조사단장(왼쪽)과 김학원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청와대가 16일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경질 등 청와대 인사청탁 논란을 둘러싼 공방에 대한 공식 대응에 나섰다. 박남춘 인사수석과 전해철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불거진 인사청탁 논란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태호 대변인의 소극적 간접대응으로 일관해온 청와대가 정면대응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 청와대 주장의 핵심은 “정무직에 대한 모든 인사권은 헌법상 대통령이 갖는 것이며, 인사권 일부를 장관 및 산하기관장에게 위임했고, 따라서 청와대는 위임된 인사권이 제대로 행사되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니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인사청탁’이라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결국 이백만 홍보수석이 아리랑티브이 부사장에 김아무개씨를 천거한 것이나 문화부가 영상자료원장 재공모를 결정한 것은 위임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청와대의 정당한 관리·감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진룡 전 차관 논란 “정책 부실 조사를 청탁 보복 몰아가” 청와대의 이날 해명은 나름의 논리적 완결성을 갖췄지만 대통령 인사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른바 ‘인사 협의’가 적절하고 원만하게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선 여러가지 의문을 던진다. 유 전 차관의 직무태만 논란=청와대는 “유 전 차관 경질과 아리랑티브이 부사장 천거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신문유통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가 보고돼 지난 6월 기획예산처, 문화관광부, 신문유통원, 청와대 관계자 등 10여명을 조사했다”며 “유 전 차관이 신문유통원 사업 추진 부진에 정무적 책임이 있고, 정무직의 기본 덕목인 (관할 부처에 대한) 조정·설득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히 “유 전 차관이 조사 과정에서 ‘내가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받아주지 않아 보복하는 것 아니냐’, ‘나를 조사하는 것은 청와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문제를 제기해 정무직으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유 전 차관이 업무태만에 대한 청와대 조사를 인사청탁에 대한 보복으로 몰아가며 자기변명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유 전 차관이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증명할 수 있다”며 이메일의 존재와 공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전해철 수석은 “유 전 차관이 처음 보내온 이메일은 직무와 관련된 것이지만, 그 뒤 (청와대가 요구하지도 않은) 아리랑티브이 인사건에 대해 개인 감정과 판단을 담은 메일을 또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왜 장관이 아닌 차관의 책임을 물었는지, 6개월 만에 부적격자로 판단했다면 애초 차관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부실인사 아닌지 등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여전히 궁색하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3월부터 문제가 불거진 신문유통원 사태에 대해 3월27일 취임한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게 부적절하며, 지난 1월 차관 임명 당시 1순위 후보가 막판 인사검증에서 낙마하면서, 2순위자였던 유 전 차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은 거꾸로 청와대의 안일한 대처를 시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또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현직 차관에게 특정 인사의 임명을 요청한 것이 과연 정당한 권한 행사인지도 의문이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은 1차로 비서실장이, 그 다음은 수석이 위임받는 것”이라며 “실장이 하면 수석이 못하냐. 수석이 하면 비서관이 못하냐, 이렇게 물으면 안 된다”고 석연치 않게 답변했다. 이런 식이라면 인사추천위원회 등의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청와대 하위직 근무자들의 사적인 인사추천도 모두 정당하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유 차관이 주장한 기획예산처의 예산집행 지연 문제나, 다른 부처 인사들의 업무태만 혐의에 대해 왜 면죄부를 줬는지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검증과정 문제 드러나, 특정인 앉히기 아니다” 영상자료원장 재공모 결정 논란=청와대는 유 전 차관이 청와대 인사청탁의 또다른 사례로 지목한 영상자료원장 재공모에 대해서도 “자료원장 추천위원회에서 압축한 3명의 후보가 뇌물수수, 여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재공모를 결정했다”고 공식 해명했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참여정부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성희롱, 병역면탈,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 매입, 뇌물수수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대왔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비서관이 탤런트 출신 이아무개씨를 원장에 천거한 것에 대해 “경력을 볼 때 영화인, 문화예술인들과 의사소통 및 영상자료원 관리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추천위원회가 압축한 3배수 안에 못 들었고, 그걸로 끝난 문제”라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천거한 이씨를 영상자료원장에 앉히려고 재공모를 결정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인천공항공단 이사장의 경우 참여정부의 (전직) 장·차관들이 공모에 응했지만 검증과정에서 도덕적 하자가 드러나 세 차례나 재공모했고, 결국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외부 경영인을 영입했다”며 “과거 정권에서는 소통령, 왕특보 등 보이지 않는 손들이 한번에 은밀하게 인사를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재공모 논란은 참여정부 인사의 투명성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무직 후보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는 인사수석실이 영상자료원장 후보 추천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할 인사를 적임자로 판단하고, 먼저 공모에 응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인사수석실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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