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더 할 수 있는 일 있겠나…좌절감
북한핵 -
핵위협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 문제
한미관계-
미 방코델타아시아 제기뒤 틀어져
FTA -
한-미FTA 뒤 한-중 FTA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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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 무슨말 했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오찬에서 <한겨레> 등 몇몇 언론사 외교·안보·통일 담당 논설위원들에게 한 발언에 대해 청와대 쪽은 애초 보도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한겨레는 청와대 쪽의 뜻을 존중하지만, 18일 한 신문에 발언내용이 공개되면서 보도 자제 사유가 퇴색했다고 보고 내부 논의를 거쳐 발언 내용 가운데 공익과 관련된 부분은 보도하기로 했다. 청와대 오찬도 청와대 쪽이 먼저 연락해 이뤄졌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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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미국과 충분히 다 얘기돼서 하는 건데 보수 언론이 10여년 전과는 다른 논리를 펴 공세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이 얘기하는 건 공식적인 얘기가 중요하다. 통상 미국 정부가 동맹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러 국방부, 국무부가 나서서 작전통제권 이양 지지 입장을 밝혔다. 환수 협의를 연기하거나 할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의 군사력을 문제삼는데, 지금 증강하려는 군사력은 길게 보고 동북아 정세에 대비하는 것이다. 작전통제권을 넘겨받더라도 문제없다. 군사주권은 있는 군사력 가지고 행사하는 게 기본 성격이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 물론 공군체계 등 조율해야 할 것들은 있다. 군축 등 남북 군사현안을 논의할 때 북한이 작전권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 추가설명) 2003년에 논의를 시작할 때는 2010년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할 계획을 짰는데 국방부가 전력 증강에 신경 쓰다 보니 2012년이 됐다. 미국에서 2009년 얘기를 하는 것은 기한이 늘어지면 실행이 어려워질까봐 그런 것이다.
-(참석자 질문)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지 않았나?
=(청와대 관계자) 비공개로 해야 할 사항도 있고 해서 가을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로드맵이 확정되면 본격적으로 하려 했다. 이제까지도 필요한 부분은 다 알렸다. 뒤늦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비상시 작전계획 5029=북한 비상시의 작계 5029는 다시 짜야 한다. 5029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군대를 진입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은 국경까지 미군이 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또는 북한 붕괴 때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 문제를 처리할 우려도 있다. 만약을 대비해, 북한 붕괴 때 우리가 평화적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핵 및 6자회담 재개 문제=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하겠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다.
북한 정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북한도 고집불통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 끼여 어렵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 국정원도 잘 알지 못한다. 북한과의 통로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간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봤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것이 정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통하는 통로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평양 갔을 때처럼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만나면 되지 않는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잡아두는 이유는 그래도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북한도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해 중국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핵무기 기술도 높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위협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미국이 왜 인도의 핵무기 보유는 허용하는가. 미국이 핵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한국인이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인도나 이란은 핵무기를 갖겠다는 거지만 북한은 핵으로 장사(지원 등)하겠다는 것 아니냐. 관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문명국임을 자부하는 나라들이 야만국에 자신의 룰을 강요했듯이, 미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도 문명이 야만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말하자면 야만인에게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문명의 룰을 따르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참석자 질문) 한국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일정 부분을 위임받아 북한과 협상하는 방안은 어떤가?
=미국이 위임해주겠는가. 그럴 가능성 있었으면 직접 협상했을 거다.
미국에 대한 시각=(안보 문제에서) 부시 정부하고 얘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한때 크리스토퍼 힐과 우리 정부가 밀월인 때가 있었는데, 힐이 미국 돌아가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봄 정동영-김정일 면담부터 9·19까지 괜찮았는데,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건을 들고 나오면서 틀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나를 좋아한다. 선호를 분명히 해서 좋다고 하더라. 그건 자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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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곳곳 착잡한 심경 토로
‘다음 정권 잘해봐라’ 꼬부라진 마음과 ‘잘 해서 물려줘야지’ 펴진 마음 반반
국내문제=대통령직 수행은 옆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막판에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선 조직도 없고, 게이트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중립적 정책 거부당하는건 억울
나는 사심 없는 사람이다. 정파적이지 않은 중립적 정책까지 거부당하는 것은 억울하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개혁안이 그렇다.
언론 문제 힘들다. 정치 10단이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막판에 언론에게 당하더라. 그것도 보수언론에게. 언론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 지지율 고민은 안 했는데, 최근에는 한다. 남은 기간 동안 개혁을 하기 어렵고 관리만 하는 게 어떨까 한다. 그렇다는 걸 국민에게 선언하는 게 어떤지도 생각 중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봐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스타일은 사람이 그것밖에 안 돼서 그렇다고 치고, 구체적으로 (잘못한 것을) 꼽아 봐라. 양극화, 비정규직, 소득 재분배 문제 등은 진전을 보고 있지만 해결 못한 건 사실이다. 다음 정권도 마찬가지일 거다. 행정개혁을 많이 했고, 청와대 시스템을 잘 바꿔서 후임자에게 물려줄 거다. 내 집권기에 생긴 문제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뿐인데,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건 아닌 것 같다. 국방개혁은 정말 어려운 건데, 윤광웅 국방장관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공무원 기강 안잡으면 못 끌고가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잘 해 보라’는 꼬부라진 마음과 ‘잘 해서 물려줘야지’ 하는 펴진 마음이 반반이다. 좌우에서 공격해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얘긴 아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문제는 신문유통원 소홀과 아리랑티브이 경영 개선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강이다. 공무원들 기강을 잡지 않고서는 정부를 끌고 나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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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자유무역협정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더 이슈가 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선택이다. 농업 피해는 대응이 가능하다. 3분의 1은 지금도 경쟁력이 있고, 3분의 1은 지원하면 경쟁력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경쟁력이 없다. 한-미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훨씬 더 부담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거쳐 체질을 강화한 다음 한-중 자유무역협정으로 가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대우하느냐도 중요하다. 미국이 25개국으로부터 자유무역협정 제의를 받았으나 한국을 선택했다. 이런 얘기 하면 친미주의자라고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