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지도부 오찬서 “비상임고문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 표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당에 잔류하겠다는 의사 표현의 강도도 더욱 세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죽을 때까지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오찬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가 21일 전했다. 지난해엔 “탈당할 수도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던 노 대통령이 5·31 지방선거 이후 당적 유지와 탈당 불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점차 발언 수위를 높이더니 이번엔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당시 오찬에서 지난 6일 밝혔던 ‘백의종군’ 얘기를 다시 꺼내면서, “백의종군한다면 당에서 비상임고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퇴임 이후 당의 비상임고문을 맡아 백의종군하면 어떻겠느냐는 의사타진인 셈이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한국 정당사상 최초로 그 사람들과 당에 들어가 당의 중심과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인적자원을 총동원해서 열린우리당이 포말 정당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열린우리당이 양대산맥의 하나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내가 죽을 때까지 30여년 정도 남았는데 열린우리당과 함께 가다 죽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말은 이어진다. “많은 대통령들이 위기관리를 못했는데 나는 당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른 데서 비판하더라도 당이 앞장서서 대통령을 지켜달라. 주류와 비주류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잘 설득해 달라. 과거에도 보면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10여년 전에는 매달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힘을 합치고 단결하고 뚝심있게 ‘사즉생’의 각오로 가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공세 등 ‘넘어야 할 5가지 고개’를 언급한 데 이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국정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잘할 테니 여당이 앞장서서 대통령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당부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정계개편을 통해 재집권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언젠가 노 대통령의 탈당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인식과는 차이가 난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과 의원들의 생각에 다른 점이 적지 않지만 지금은 충돌하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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