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4일 오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과 협력확대 방안에 대한 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 =연합뉴스)
“국정표류·정치왜곡 근원” 인식에 갇혀
‘어떤 가치보다 우선’ 판단 당·청 갈등 증폭
“퇴임뒤 영남 정치세력 구심점 기대” 눈총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 모든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국정표류의 원인도, 정계개편 논의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프리즘에 신당 창당은 ‘지역주의 회귀’일 뿐이며, 열린우리당은 ‘지켜야 할 자산’으로 투영된다. 국정 표류의 원인은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구도 아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 정치구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봉쇄하는 것도 “지역구도 아래서의 대결적 여소야대 정치구조”(12월3일,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 탓이다. 노 대통령은 왜 이토록 지역주의라는 화두에 집착하는 것일까. ‘정치인 노무현’의 대표적 브랜드는 ‘지역주의와 맞서 싸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다. 그는 지역주의를 언급할 때마다 “1990년 3당 합당 때도, 1995년 통합민주당 분당 때도 지역당을 반대했다”는 자신의 정치역정을 꼭 덧붙인다. 국회의원 배지를 버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부산시장에 거푸 도전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이 브랜드를 내세워 대통령에까지 당선됐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그는 지금도 지역주의의 정치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며, 정치를 왜곡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얘기할 때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다. 마치 자신이 만든 지역주의라는 환상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의원 얘기다. 3선의 한 의원은 “지역문제의 지나친 집착이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개혁적, 진보적 가치보다 지역 문제를 우위에 두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 당·청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걸음 나아가 열린우리당에서는 노 대통령의 지역문제 천착을 ‘정치적 의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주의 회귀를 이유로 ‘신당 반대, 열린우리당 사수’를 선언하고 나선 건, 영남지역에서 일정한 세력을 확보함으로써 대통령직 퇴임 이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래에 집착하고 있다. 이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퇴임 이후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극복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열린우리당의 신당 창당에 반대하는 주된 논거로 “영남 개혁세력이 떠안게 될 미래의 불행”을 거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이 상태로 신당을 창당하면 민주당과의 재결합이 주요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영남의 민주세력은 다 죽는다. 아무도 명함을 내밀고 선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정치권에 떠도는 ‘영남 신당 창당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집착이 과거의 행보 때문인지, 미래의 구상 때문인지, 아니면 둘의 결합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모든 국정 현안의 맨 윗자리에 ‘지역주의’를 놓는 게 적절한지,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당·청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퇴임뒤 영남 정치세력 구심점 기대” 눈총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 모든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국정표류의 원인도, 정계개편 논의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프리즘에 신당 창당은 ‘지역주의 회귀’일 뿐이며, 열린우리당은 ‘지켜야 할 자산’으로 투영된다. 국정 표류의 원인은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구도 아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 정치구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봉쇄하는 것도 “지역구도 아래서의 대결적 여소야대 정치구조”(12월3일,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 탓이다. 노 대통령은 왜 이토록 지역주의라는 화두에 집착하는 것일까. ‘정치인 노무현’의 대표적 브랜드는 ‘지역주의와 맞서 싸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다. 그는 지역주의를 언급할 때마다 “1990년 3당 합당 때도, 1995년 통합민주당 분당 때도 지역당을 반대했다”는 자신의 정치역정을 꼭 덧붙인다. 국회의원 배지를 버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부산시장에 거푸 도전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이 브랜드를 내세워 대통령에까지 당선됐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그는 지금도 지역주의의 정치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며, 정치를 왜곡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얘기할 때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다. 마치 자신이 만든 지역주의라는 환상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의원 얘기다. 3선의 한 의원은 “지역문제의 지나친 집착이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개혁적, 진보적 가치보다 지역 문제를 우위에 두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 당·청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걸음 나아가 열린우리당에서는 노 대통령의 지역문제 천착을 ‘정치적 의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역주의 회귀를 이유로 ‘신당 반대, 열린우리당 사수’를 선언하고 나선 건, 영남지역에서 일정한 세력을 확보함으로써 대통령직 퇴임 이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래에 집착하고 있다. 이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퇴임 이후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극복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열린우리당의 신당 창당에 반대하는 주된 논거로 “영남 개혁세력이 떠안게 될 미래의 불행”을 거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이 상태로 신당을 창당하면 민주당과의 재결합이 주요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영남의 민주세력은 다 죽는다. 아무도 명함을 내밀고 선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정치권에 떠도는 ‘영남 신당 창당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집착이 과거의 행보 때문인지, 미래의 구상 때문인지, 아니면 둘의 결합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모든 국정 현안의 맨 윗자리에 ‘지역주의’를 놓는 게 적절한지,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당·청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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