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우리 사회의 지성이 막강한 ‘정치언론’에 휘둘리고 있고, ‘언론정치’에 의해 유실되고 있다”며 “언론 스스로 민주주의의 파수꾼과 감시견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비서실 직원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자임할 수 없는 것은 지성과 언론의 위기에서 찾고자 한다. 탁류처럼 흐르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가로부터 지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하게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언론과 지성의 위기를 상징하는 3개의 사건으로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의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 발표 논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파동 △최연희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적시했다.
이 실장은 교과서 포럼 문제에 대해 “일본의 극우 지식집단인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모임’이 주장, 강변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한국적 변형인데도 대다수 언론과 지성이 침묵·방관하고 있다”며 “보수신문들이 조용한 이유는 뉴라이트 세력이 만든 역사기술이기 때문이며, 자신들의 과거사를 가리고, 정당화시키는 이론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무서운 현실이고, 두려운 현상이다.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전효숙 소장 임명동의안 철회에 대해서도 “의회민주주의의 조종이나 다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명백한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언론과 지성의 침묵과 외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과거 벌건 대낮에 벌어졌던 권언유착 구조가 사라진 뒤 어두운 야밤에 생겨난 정언유착관계의 일단이 성추행 사건으로 드러났을 뿐”이라며 “이 3가지 사건의 중심엔 항상 정치언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결론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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