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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걸러진 언어에 ‘답답증’…“진정성 통할것” 자기확신

등록 2007-01-05 19:16수정 2007-01-05 23:27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못말리는 ‘노무현식 어법’ 왜?

막말시비에 고쳐보려다 포기
보수언론 비판에 반발심리도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2월21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전직 군 장성들을 겨냥해 내쏟은 이 발언은 취임 이후 거침없는 어법으로 수많은 논쟁을 촉발해 온 ‘노무현식 막말’의 결정판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07년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통령께서는 가급적 말을 아껴달라”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건 나에 대한 모독이다. 말을 가려서 하라!” 앞으로도 자신의 어법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왜 그토록 거친 어법을 고수하는 것일까. 거친 표현이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하고, 진의마저 왜곡되는 현실을 끊임없이 경험하면서도 왜 직설 화법에 집착하는 것일까?

노 대통령은 자신의 표현이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마감하고, 말로 대중을 설득하는 민주적 대통령 시대를 여는 상징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대통령의 언어와 서민의 언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평소 일상에서 쓰는 말과 공식 연설의 표현이 달라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오히려 일상과 공식언어의 일치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서민 대통령을 지향하는 철학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자신의 어법을 고치려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 연설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취임 초반 대통령의 표현이 너무 거칠고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노 대통령도 고치려고 애썼다. 때로는 연설비서관실에서 마련한 원고만 읽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런 수정을 결국 포기했다. 무엇보다 연설로 유권자를 설득하는 대중 정치인의 삶을 살며 체득한 ‘노무현식 어법’이 인위적으로 고쳐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막말 시비를 피하려고 노력하던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호남 사투리를 고치라는 것과 같다. 본디 내가 타고난 게 이런데 뭘 어떻게 고치겠냐. 생긴대로 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에서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으면 “흥이나지 않는다”며 자신 특유의 말투로 연설문을 고쳤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거침없는 어법을 고수하는 데엔 보수언론의 비난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깔린 것으로도 보인다. 보수언론이 상고 출신인 노 대통령의 ‘열등감’을 자극해 기득권 세력의 언어로 길들이려 한다는 판단을 노 대통령은 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이 거친 표현을 자제한다고 보수언론이 대통령을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막말 시비’의 본질은 기득권 세력의 노무현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노 대통령의 어법을 짜증스러워 한다는 지적에 “노 대통령은 자신만의 언어로 진정성을 전달하다 보면 언젠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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