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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찬-반 기고] 4년 연임제 개헌 어떻게 봐야하나

등록 2007-01-09 21:00수정 2007-01-10 01:03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특별 담화 발표가 생방송으로 방영된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김봉규 기자bong9@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특별 담화 발표가 생방송으로 방영된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김봉규 기자bong9@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전격적으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면서 개헌 논의가 다시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기실 개헌 논쟁은 정치권은 물론 학계의 묵은 화두였다. 노 대통령의 ‘연내 개헌’ 제안에 각기 찬성과 반대의 다른 의견을 나타낸 두 정치학자의 글을 긴급히 받아 싣는다. 편집자


[찬성] 박명림 교수
민주정부 위한 헌법개혁의 출발

박명림 교수
박명림 교수
현직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으로 우리 사회는 일거에 헌법 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개헌 의제는 항상 최고의 폭발성을 안고 있는 핵심 이슈였다. 지금의 헌법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 능력 있는 민주 정부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현 헌법 논란의 핵심이다. 따라서 오늘의 논란은 유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창출하려는, 헌법 문제의 귀결인 동시에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민주 헌법의 제정으로 우리는 고질적인 헌법 논란에서 벗어났다고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 시민단체, 학계의 지속적인 헌법개혁 주장에서 볼 수 있듯 현행 헌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최근의 두 대통령(김대중, 노무현)과 한 후보(이회창)는 아예 대선에서 임기 중 개헌을 공약하기도 했다. 현재의 주요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 역시 개헌 자체는 찬성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을 비롯한 우리 사회 핵심 보수세력의 권력구조 개헌 구상과 시기는 노 대통령 제안과 아주 유사하다. 한나라당의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헌법 개정은 시대 정신의 반영”이라며 “87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과도기적 헌법인 현행 헌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위해 2006년 1월1일 국회에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월간조선>의 부록은 아예 “2006년 하반기 내지 2007년 초에 개헌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정·부통령 4년 중임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의 국민 여론조사 역시 ‘개헌 찬성’이 반대를 늘 앞서 있다.


문제는 언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이다. 나는 2단계 개헌을 제안하고자 한다. 1단계는 현 대통령 임기 안에 권력구조를 바꾸고(<한겨레> 1월3일치 칼럼 ‘세상읽기’), 2단계는 다음 정부에서 인권·경제·영토 조항 등을 개혁하는 것이다. 무능·실정·허약으로 연결되는 현행 제도를 다음 정부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권력구조 개혁은 현 대통령 임기 안에 완료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기 안 개헌’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동시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는 여야 합의가 불가능할 것도 없다. 개헌 공약을 실천하지는 않은 채 다시 “차기 정부에서 개헌하자”는 것은 정치적 허언일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의 제도화라는 민주주의 이론에 비추어, 그리고 다른 나라 사례에 견줘볼 때 현 정치 지형에서 4년 연임제 개헌의 실현으로 가장 유리한 정치집단은 한나라당이다. 높은 국민적 지지, 복수의 유력 후보, 안정적 정당구조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의 낮은 지지율로 개헌 국면과 내용, 정치 일정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집권을 고려할 때 능력 있는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신임 대통령이 아니라 퇴임 대통령이 개헌을 마무리 짓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집권 초기에 권력구조 개헌을 시도할 경우 차기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지면서 국정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만약 개헌 제안에 ‘정치인 노무현’의 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퇴임하는 대통령의 구조적 한계로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개헌 일정과 논의가 시작됨과 동시에 정치의 중심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헌법과 제도를 논의할 때, 민주 사회와 권위주의 체제의 결정적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정치인 노무현의 의도’를 활용해 외려 민주 발전으로 귀결시킬 것이다.(연세대·정치학)


[반대] 이준한 교수
정치적 속셈으로 비칠 뿐이다

이준한 교수
이준한 교수
9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와 대선 및 총선의 동시 실시를 위한 개헌을 제안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1987년 직선제 개헌 20주년을 맞아 이른바 ‘87년 체제’를 한 번 더 도약시키기 위해,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통령 단임제를 선택한 것은 비단 우리만은 아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제3의 민주화 물결’이 지나간 후 많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는 장기 독재를 연상시키는 대통령 연임제나 중임제 대신 단임제를 채택했다.

단임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꼽힌다. 그러나 4년 연임제가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없애주고 책임정치를 보장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4년 연임제를 도입해도 서로 대안 없이 끌어내고 반목하는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또 정당의 이합집산이 계속되는 후진적인 정치행위를 반복한다면 대통령이 일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레임덕은 임기하고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실정을 거듭하는 대통령은 임기 중 언제라도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2004년 재선 직후부터 심각한 권력 누수를 피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2년 동안은 민주당 우위의 의회에 끌려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레임덕이 대통령제 국가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당내 반발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4년 연임제’ 레임덕 만병통치 아니다
‘총선과 주기 일치화 필요’ 주장 타당
지금은 ‘오비이락’ 시점…실현성 낮다

최근 한국에서 단임제 대통령제의 문제가 커진 것은 총선과 엇갈리는 선거주기 때문이다. 많은 라틴아메리카 대통령제 국가들이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파편화되고 원심력이 강한 다당제와 결합했을 때 정치적 불안과 혼란을 겪은 것과 비슷하다. 제도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도 7년 주기의 대통령 선거와 5년 주기의 의회 선거가 좌우 동거정부를 빈번하게 탄생시켰고, 정치적 비효율성과 불안정성을 만연시켰다. 프랑스의 선택은 2000년 개헌을 통해 5년으로 선거 주기를 동시화시킨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선거 주기를 일치시키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은 타당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론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대통령이 개헌론을 끄집어내는 걸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게 지금의 정치적 환경이다. 신발 끈도 남의 밭에서 매는 게 아니고, 갓 끈도 남의 나무 밑에서 고치는 게 아니라 했다. 지금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론은 정계 개편이나 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 정국 전환을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방편의 하나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한때 대연정론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듯이 4년 연임제 개헌론이 오히려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 가속화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청와대에서는 석달이면 개헌이 가능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1987년 석달 만에 만든 헌법이 20년 후인 오늘 다시 개정 대상이 되는 것처럼, 또다시 헌법을 서둘러 고친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 노 대통령은 이번 선거 주기를 놓치면 2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정치적 의제를 왜 일찍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대선 과정에서 학계나 정치권에선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논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 논의 가능성마저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인천대·정치외교학)

역대 개헌시기와 내용
역대 개헌시기와 내용

■ 중임제와 연임제란?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제안한 ‘4년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치러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연이어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떨어진 현직 대통령이 이후의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다. 이에 반해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다음 임기를 연이어서 수행하는 것은 물론 차기를 건너뛰고 차차기에 출마해서 당선될 경우에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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