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안을 한나라당이 오케이하는 조건으로 탈당하라고 하면, 또 탈당 이상의 또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것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낮 12시 서울 한국언론회관 20층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개헌 관련 포럼에 참석해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위해 노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탈당은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며, 야당이 그 담보로 탈당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개헌 논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한나라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다른 조건’에 대해서 “개헌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헌법 자체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게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노 대통령의 임기가 국회의원 임기보다 빨리 끝나기 때문에 임기 단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병완 실장의 발언에 대해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관심 없다. 개헌은 노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여론으로 판정나지 않았느냐”고 일축했다.
이 실장은 또 이날 포럼에서,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진정성’을 언론이 의심하고 있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국민 여론이 바닥인데도 언론이 개헌 제안을 ‘정략적’이라고 하는 건 참으로 정략적”이라며 “찬반과는 별개로 토론의 장을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연합뉴스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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