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지상파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새해 특별연설에서 시간에 쫒긴 듯 미리 준비한 연설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애초 참여정부 4년의 성과를 차분하게 해명하고 설득한다는 구상으로 정리된 연설문이 아니라 16절지 61쪽 분량의 연설자료만 들고 연단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는 청와대 영빈관에 모인 국무위원과 공무원 250여명의 환호에 “전부 노사모들만 모였나 보다”고 농담을 건네며 여유를 보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모자라자 농업문제, 교육정책, 대북정책 등에 대해 “매우 중요한데 시간 때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항목만 적시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는 연설이 자신의 뜻대로 정리되지 않자 “도올 선생(김용옥 교수)의 강의가 참 부럽다. 나에게도 10시간만 주면 하루 한시간씩 말할 텐데 ….”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내가 시간관리를 잘못했다”며 “오늘 이 원고를 (인터넷에) 글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골병”, “새발의 피”, “떡이 됐다”는 등의 자신만의 생생 어법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 무리한 경제로 우리가 ‘골병든 적이 있다”고 말한 뒤 즉각 청중들에게 “골병도 안 되나요, (부동산 정책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했더니 신문들이 하도 나무라서 골병도 안 되나 해서 …”라고 말하는 등 혹시 책을 잡히지 않을까 주저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노 대통령은 연설 끝머리에 “여러분 기다리는 다음 프로그램들은 곧 이어서 방영될 것이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노 대통령 연설 때문에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인 ‘주몽’의 방영이 연기된 데 대한 항의성 글이 오르기도 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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