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애인 차별금지법 서명식 및 2007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가 시작되기 전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수언론 등 ‘부양책’에 지지율 30%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정치권은 지지율 상승이 향후 정치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협상 타결 다음날인 지난 3일, 각 언론사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0%대로 10%포인트 가량 뛰어올랐다. <한겨레> 조사에선 응답자의 31.5%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방송> 조사에선 32.2%, <한국방송>에선 32.0%, <조선일보>에선 29.8%가 같은 응답을 했다. 10여일 전 조사에 견줘 6~10%포인트가 뛰어오른 것이다. 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를 회복한 것은 거의 1년 만이다.
지지율 상승 계속될까?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을 칭찬했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한나라당 주도의 대선 구도에 영향을 끼칠까 미리 선을 긋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의 박형준 의원은 “(지지율 급상승은) 단일 정책인 에프티에이 타결에 대한 지지일 뿐 노무현 정권 자체에 대한 지지율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하다. ‘리서치 플러스’의 임상렬 사장은 “지지율 상승을 유지할 소재가 앞으론 거의 없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율 급상승은 불안전하다. 에프티에이를 놓고 보수 언론과 야당이 우호적 분위기를 보인 게 지지율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들 세력이 앞으로도 지금 같은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한겨레> 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남(35.1%), ‘가구소득 300만원 이상’(34.4%) 등 전통적으로 ‘비노무현’ 성향 계층이 다른 계층보다 오히려 더 많다. 호남에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2.1%로 영남보다 낮았고, 소득·학력이 낮을수록 ‘잘했다’는 응답이 더 낮았다. 지지율 급상승의 기반이 취약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선 앞둔 정치구도에 영향 줄까?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경선 구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지지율에서 뒤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은 나쁠 게 없다고 본다. 박 전 대표 진영의 최경환 의원은 “2002년 노무현 지지층의 상당수가 이명박 전 시장 지지로 돌아섰는데,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계속되면 이 전 시장 지지율 거품이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태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노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대선에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범여권 쪽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지율 상승을 반겼으나, ‘탈당파’들은 우려했다. 전병헌 ‘통합신당모임’ 의원은 “친노 그룹의 ‘당 사수’ 논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정치에 개입하려는 노 대통령의 욕구가 계속될 수 있고, 범여권 통합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범여권을 지탱했던 진보 성향 지지층까지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도 세력이 몰락하고, 보수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정치지형 및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정착되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무현 이탈세력을 일부 흡수하는) 민주노동당은 중도 세력의 몰락으로 이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진보 계층은 전반적으로 고립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어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비극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범여권 쪽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지율 상승을 반겼으나, ‘탈당파’들은 우려했다. 전병헌 ‘통합신당모임’ 의원은 “친노 그룹의 ‘당 사수’ 논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정치에 개입하려는 노 대통령의 욕구가 계속될 수 있고, 범여권 통합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범여권을 지탱했던 진보 성향 지지층까지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도 세력이 몰락하고, 보수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정치지형 및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정착되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무현 이탈세력을 일부 흡수하는) 민주노동당은 중도 세력의 몰락으로 이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진보 계층은 전반적으로 고립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어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비극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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