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노대통령, 사표수리 유보하며 총리에 바통 넘겨
노무현 대통령은 9일 국민연금법 부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 수리 여부를 국민연금법 재개정 문제 등에 대한 정치권의 방침이 확정될 때까지 유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복지부로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지만, 제약산업 분야에 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영향을 꼼꼼히 분석해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의료법 전면개정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유 장관 사의 수용 여부는 이들 현안이 마무리된 이후 검토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다만 “앞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국회나 각 정당들과 교섭하고 논의하는 일은 한덕수 총리께서 직접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실장의 이런 발언은 한나라당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유 장관의 거취를,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국민연금법 개정과 연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에게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를 맡겨 유 장관 개인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 기류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대신, 즉각적인 사표 수리를 거부함으로써 정치권에 연금법 재처리를 강하게 압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민연금법 재개정을 위해 유 장관의 거취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도 노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국민연금법, 한-미 자유무역협정 후속대책, 의료법 개정 등 세 가지 문제가 매듭될 때까지 유 장관의 사의를 유보하겠다는 뜻이지, 반려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국민연금의 재정 파산을 막는 게 유 장관의 정치적 입지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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