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18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무명열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청와대 사진기자단
참여정부 명예회복·보수진영겨냥한 ‘반격 신호탄’
“참여정부와 민주세력은 별개”…진보 내부서도 논쟁일듯
“참여정부와 민주세력은 별개”…진보 내부서도 논쟁일듯
노 대통령 ‘광주 발언’ 파장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광주에서 일부 보수 진영에서 제기하는 ‘민주세력 무능론’을 정면 반박한 것은 참여정부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무현식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길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 짧게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10년을 평가하면서 제기되는 ‘민주세력 무능론’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 국면에서 불붙을 것임을 예고한다.
노 대통령의 1차 목표는 취임 초기부터 ‘참여정부 무능론’을 주도해 온 보수 진영이 올 대선에선 민주세력 전체에 대한 무능론으로 논쟁을 몰아가는 걸 차단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실패론’을 설파해온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이 지난해 말부터 ‘민주세력 무능론’으로 논쟁을 의도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왔다고 본다”며 “이를 보수세력 총공세로 판단하고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무능한 진보보다 부패한 보수가 더 낫다’는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다른 핵심 참모는 “노 대통령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수세력 총공세에 열린우리당 일부 정치인뿐 아니라 진보적 학자나 언론인까지 동조하며 자기 성과를 스스로 부정한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쌓은 진보적 유산의 토대가 무너질 뿐 아니라 참여정부 성과도 사라진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민주세력이 무능하거나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참으로 민망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노 대통령 발언은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에까지 파장을 미치며 좀더 복잡한 양상으로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전선이 간단하게 ‘민주세력 무능론’을 제기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크게는 ‘민주세력 무능론’을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논쟁을 벌이겠지만,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노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나라당은 “우리가 무능하다고 한 건 민주화 세력이 아니라 국정운영에 실패한 좌파세력”이라고 살짝 비켜가고 있다. 노 대통령 발언이 ‘1987년 이후 민주화’ 전체의 성패를 따지는 대논쟁으로 번질 경우, 한나라당은 자칫 독재정권 옹호세력으로 몰리며 궁지에 처할 수 있는 탓이다. 한나라당의 이종구 사무부총장은 “(노 대통령 발언은) 한나라당을 ‘영남지역당’으로 몰면서 87년 이후의 민주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한나라당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른바 범여권 내부의 분위기는 좀더 미묘하다. ‘민주세력 무능론’과 ‘참여정부 무능론’을 분리해 대응하려 애쓰고 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참여정부 성적은)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키는 격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모든 민주세력의 무능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발언을 “범여권을 겨냥했다기보다는, 한나라당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려는 데 대한 경고라고 본다”고 해석했지만, 내부의 반응 역시 복잡하다. 노 대통령 발언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범여권 내부에서 정파에 따라 상이한 대응을 이끌어내며 중층의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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