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19일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무등산을 올라 쉼터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광주/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세 거역하는 정치 않겠다”
“절차 밟아 통합한다면 수용” 변함없어
통합파에 ‘당사수 원칙’ 메시지 강해 “내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다. 노 대통령은 19일 오전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무등산을 올랐다. 전날인 18일 5·18 기념식 연설에서 ‘민주세력 무능론’을 정면 반박한 데 이어 19일 산행에선 범여권 통합의 ‘대세론’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해발 900미터 높이의 무등산 장불재에서 노사모 회원과 광주시민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0분 가량 즉석 연설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나는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얘기한 적이 있고, 지금도 그것이 대의”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이유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분열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2월) 전당대회 때 당이 절차를 밟아서 통합한다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따르겠다고 했다. 여러분도 그렇게 가자”고 호소했다. 이 발언은 지역당 회귀에 반대하는 개인적 소신은 변함없지만, 열린우리당이 절차적 원칙만 지키면 통합을 추인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을 들은 이들이 노사모 등 주로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을 만들어준 광주, 그것도 무등산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대세 순응을 얘기한 것에 주목해 달라”며 “지지자들에게 ‘대세를 거스르면서까지 대의를 고집하지 말자’고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 대통령은 질서있게 규범 안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 당원들의 뜻을 모아 통합을 결의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대통합 추진을 재차 인정했다”며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범여권의 분위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여전히 의구심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열린우리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세균 의장이 얘기하는 ‘질서있는 통합’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 의장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6월14일까지 ‘질서있는 범여권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깨져나가는 형태로 통합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노 대통령의 ‘대세’ 발언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려는 게 아니냐고 당 안팎의 통합파 인사들은 보고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김한길 대표는 “노 대통령이 말하는 ‘대세’는 자신의 틀을 중심으로 다른 세력을 덧붙이는 정계개편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틀을 벗어난 새로운 정치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과 가까운 김현미 의원은 “(노 대통령 직계들이 다수 참여한)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정치세력화를 꾀하는데, 이는 대통합과 배치되는 일이다. 결국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이 대통합을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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