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노대통령 격정 토해낸 ‘참평포럼’ 특강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초청 특강에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참여정부를 비판해 온 유력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거칠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 대통령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의 비판은 전방위적이었다. 그는 한나라당을 ‘무책임한 정당’이라고 혹평하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게) 끔찍하다”고까지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선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투자하겠느냐”고,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선 “한국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고 깎아내렸다.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노 대통령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민주노동당까지 “절대로 국회에서 통과 안 되는 것, 생색만 내고 성과는 하나도 없는 것만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이렇게 대선 주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치권을 맹비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 평가포럼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란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지만, 단순히 ‘방어적 연설’이라고 보긴 어렵다. 임기 말로 갈수록 일을 마무리짓는 데 힘쓰는 다른 대통령과 달리, 노 대통령은 왜 공세적으로 정치권을 공격하는 것일까.
노 대통령 연설은 참평포럼으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올 대선 국면에서 참여정부의 부당한 평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과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토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퇴임 이후에도 ‘참여정부의 명예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노 대통령은 “정치의 영역에서 시민민주주의, 시민주권 운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참평포럼 회원들에게 “더 정교하고 단단한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장래가 노사모와 참평포럼에 달려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발언은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당장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임기 말 대통령이 자청해서 정치 공방의 전면에 서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탄핵 사태를 불러온 2004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발언보다 훨씬 정도가 심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사전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목표로 했을 때 적용되는 조항인데, 현재 한나라당 후보가 정해진 상태가 아니라서 (노 대통령 발언을) 사전 선거운동 위반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부분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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