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과천 중앙선관위 회의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선관위 전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선관위, 선거법 위반 결정 파장
선관위원들 도시락 먹으며 6시간 격론
‘거침없는 행보’에 예상 깨고 강력 대응
선관위원들 도시락 먹으며 6시간 격론
‘거침없는 행보’에 예상 깨고 강력 대응
‘난산’이었다. 18일 오후 4시30분 회의를 시작한 9명의 선관위원들은 6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결정했다.
강도도 한층 세졌다.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어긴 것은 물론, 선거운동 여부도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또다시 이와 같은 발언을 한다면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사전 선거운동 위반으로 판정할 수도 있다는 ‘엄포’인 셈이다.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처벌 조항이 없는 데 반해, 선거운동 금지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그만큼 선거운동 금지 위반에 걸리려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혐의가 있어야 한다. 선관위가 대통령의 거듭되는 발언에 ‘냉가슴’을 앓으면서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불법 행위 구성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엔 ‘판정 유보’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중앙선관위 공보실의 문병길 서기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운동 금지 위반으로 보기엔 조금 미흡하다 하더라도, 반복성·계속성을 띠고 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좀더 폭넓게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원들이 이처럼 대통령에게 더욱 적극적인 경고 메세지를 보낸 데 대해, 선관위 내부적으론 약간 혼란스런 분위기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연설, 6·10항쟁 20돌 기념사, <한겨레> 인터뷰 등에서 대선 관련 발언들이 계속 터져나오는데도,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볼 만큼 발언 내용이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였다. 안효수 중앙선관위 공보과장은 “한나라당이 거듭 고발장을 접수하고 언론에도 자꾸 거론되자, 선관위 (실무진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마침 매달 셋째주 월요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보고하고 최종 결정을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전체회의에 올린 것은 ‘선거법 위반’을 확신해서라기보다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정치권의 ‘정치적 공세’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볍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관위 직원들의 예상을 깨고, 선관위원들은 저녁 도시락까지 시켜먹으며 숙의를 계속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지난 2일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언보다 더 심각한 불법 행위여서가 아니라, 선거법 위반 결정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말을 계속하는 대통령의 행동을 ‘엄격한’ 법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법 위헌 주장’ 등 직접적으로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헌법기관으로서의 선관위의 위상을 뒤흔드는 행동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의지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가 지난 7일 결정 때는 항목항목마다 세부적으로 결정 이유를 명시했지만, 이번엔 3건의 사안에 대해 뭉뚱그려 의견을 표시하고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건 선관위원들의 이런 정서를 잘 보여준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노대통령의 쟁점 발언과 중앙선관위 결정
그러나 ‘가볍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관위 직원들의 예상을 깨고, 선관위원들은 저녁 도시락까지 시켜먹으며 숙의를 계속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지난 2일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발언보다 더 심각한 불법 행위여서가 아니라, 선거법 위반 결정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말을 계속하는 대통령의 행동을 ‘엄격한’ 법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법 위헌 주장’ 등 직접적으로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헌법기관으로서의 선관위의 위상을 뒤흔드는 행동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의지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가 지난 7일 결정 때는 항목항목마다 세부적으로 결정 이유를 명시했지만, 이번엔 3건의 사안에 대해 뭉뚱그려 의견을 표시하고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건 선관위원들의 이런 정서를 잘 보여준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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