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각 부처 장관 및 시도지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생활서비스 혁신 국정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방자치 단체장 보고회에서 불끈
“그만 좀 하시죠. 지금 지방재정 토론하는 것은 본질이 좀 그렇지 않냐. 내가 지금까지 토론을 주재하면서 말을 막은 적이 없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네요. 내 차례니 내가 발언하게 해 주세요. 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민생활 서비스 혁신 국정보고회’에 참석한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 앞에서 이렇게 화를 냈다.
노 대통령의 분노는, 청와대에 모인 16곳 시·도지사와 232곳 시장·군수·구청장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안상수 인천시장과 노재동 은평구청장이 이날 토론 주제가 아닌 종합부동산세 배분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대표인 안상수 인천시장은 노 대통령에게 “지방세수의 근간을 이루는 주택취득세, 등록세율을 2% 인하하면서 지방재정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며 “지방세 감소분을 (국세인) 종부세로 보전하는 취지가 유지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기초단체장 대표인 노재동 은평구청장이 “안상수 시장의 건의는 천부당 만부당하다. 종부세 전액을 기초단체의 일반 재원으로 보조해야 한다”고 맞서며 설전이 불붙었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노 대통령 발언까지 가로막으며 “한 말씀 더 올리겠다. 20~30초만 달라”고 요청하자, 노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안상수 시장이 “좀 전의 얘기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시도지사 협의회의 건의사항을 대표해 말씀드렸던 것이다. 저도 (세수 감소에) 마음이 안 놓여서 정부에서 다른 방법으로 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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