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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측근 비리’ 고개숙인 노대통령

등록 2007-09-11 19:29수정 2007-09-12 13:47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비서관 등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심경을 말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비서관 등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심경을 말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변양균 의혹-“난감하게 됐다…참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윤재 의혹-“인연 깊은 사람…부적절한 행위 유감”
참여정부 도덕성마저 휘청…임기말 벼랑에 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존심을 꺾었다. “난감하다” “할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그것도 ‘측근 비리’ 관련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도덕성’은 정권의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데 무너져내리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노 대통령 자신도 깨달은 것 같다.

11일 오전 갑작스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한 말부터 했다.

“아주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주선한 자리에서 뇌물이 건네졌고, 고위 공무원이 처벌을 받게 됐다. 아주 부적절한 행위였고,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다. 검찰 수사 결과 그에게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측근 비리’라고 여러분들이 이름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

이어서 변양균 전 정책실장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지금 참 난감하게 됐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참 할말이 없게 됐다. 저는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을 가지고 그렇게 처신해 왔다. 지금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 검찰 수사로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정리해서 국민들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은 자신들이 김대중·김영삼 정권과 다르다고 말했다. 측근 비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거였다. 레임덕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변 전 실장과 정 전 비서관의 혐의가 밝혀지면,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청와대 안팎에선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오만과 독선이다. 노 대통령이 ‘측근 비리는 없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눈이 멀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최근 “노 대통령이 삶을 통해 체득한 경험은 현직 정치인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 확신을 갖고 대통령은 판단하고 발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 자신도 이날 변 전 실장 사건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내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번엔) 매우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뼈아픈 대목이다.

둘째, ‘검증 시스템의 부재’다. 특히 민정수석실과 이곳을 이끄는 전해철 민정수석의 역량에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이 많다. 전 수석은 변양균-신정아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직후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변 전 실장이 과테말라에서 외교통상부 전화를 사용해 장윤 스님에게 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야 민정수석실은 외교부 전화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사이에 검찰로부터 ‘변양균-신정아 관계’가 청와대에 통보됐다고 한다. 내부 인사에 대한 신속한 검증을 합법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노하우가 참여정부엔 없었다.

셋째, ‘참모 부재’다. 이번 사안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전해철 민정수석과 천호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확신’만 믿고 꼭두각시 노릇을 한 셈이 됐다. 이 사건 초기, 청와대 내부 회의에선 일부 핵심 참모들이 “변양균 실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이 언론 앞에 나서길 거부하자, 그가 대통령 신임을 받는다는 사실을 익히 아는 참모들은 이를 더 요구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과 이에 주눅 든 참모들의 태도가 결정적인 판단 착오를 불러온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신승근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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