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NLL 발언’ 배경
뻔한 정치적 논란 예상 불구 보수세력에 공세적 대응
다음달 국방장관 회담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 해석도
뻔한 정치적 논란 예상 불구 보수세력에 공세적 대응
다음달 국방장관 회담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 해석도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언은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에서 나온 것이어서 보수세력에 대한 공세적 측면도 있다. 한나라당 등은 엔엘엘이 ‘사실상의 영토’로 인식해온 터다. 정치적 파란을 피할 수 없는 형국인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위험천만한 인식”이라며 노 대통령을 성토하고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엔엘엘은 사실상 서해안의 휴전선이자 영토분계선”이라며 “엔엘엘을 양보한다는 것은 곧 영토를 양보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노 대통령이 헌법이 규정한 현실과 실제적 현실을 혼동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예상되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동어로와 해주특구 등 ‘서해평화협력 특별지구’ 설치 등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엔엘엘 문제를 풀 수 있는 묘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려는 공세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엔엘엘 문제가 나왔을 때 ‘그 성격이 무엇이든 우리 국민들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고 영토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을 의제에 넣으면 한 발짝도 못나간다. 근본 문제는 뒤로 미루고 이 지역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취해가는 평화질서를 만들자’며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했고, 해주공단을 집어넣었다”고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남한 못지않게 엔엘엘 재설정을 물러설 수 없는 ‘근본 문제’로 다뤄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엔엘엘의 평화적 이용 해법에 동의한 만큼 남한도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개성공단을 했다고 군사분계선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실용적인 의미에서 그 분계선의 의미는 많이 희석됐고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국경선 같은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엔엘엘도 이렇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념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또 오는 11월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회담의 최대 장애물로 예상되는 엔엔엘 문제에 대해 미리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밝혀,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려는 전략적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부가 엔엘엘 재설정 등 양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된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 대응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며, 서해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 질서가 무너지거나 없어지면 엔엘엘은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일방적 양보나 재설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정치적 논쟁이 노 대통령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자칫 국민들에게 엔엘엘에 대한 일방적 양보로 비쳐지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퇴색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승근 손원제 기자 skshin@hani.co.kr
신승근 손원제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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