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맨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려고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 당선인 친형 이상득 의원, 총선 출마 준비
“당내 갈등 해소” 의지…물갈이론 설득력 약해져
“당내 갈등 해소” 의지…물갈이론 설득력 약해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오는 4월, 18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의장은 이 당선인이 일본 쪽 외교특사단장을 맡기면서 애초 ‘용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변과 지역주민들의 강한 만류로 현재는 사실상 출마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의장 쪽은 9일 출마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의장의 핵심 측근은 “일단 출마하려 하고 있다”며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의원을 계속 해야 한다고 이 부의장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도 지난 7일 한 지방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얘기가 들리는데, 국회와 행정부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해, 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부의장 쪽의 출마 논리는 △대통령 친인척이 제도권 안에 있어야 오히려 감시·견제를 받을 수 있다 △여야 및 당내 갈등을 이 부의장처럼 온화하고 합리적인 인사가 처리해 주는 게 좋다 △이 당선인보다 먼저 국회의원을 했고, 선출직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최시중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은 “이 부의장이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 왔는데,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건 한나라당 및 사회적 손실”이라며 “‘원로는 어느 조직에든 그 역할이 있다’고 출마를 강하게 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의 출마는 이 당선인의 ‘친인척 관리’가 첫출발부터 꼬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중 재임 기간에 국회의원을 한 인사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고종사촌인 박철언 의원, 처남인 김복동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 등이 있었다. 박철언 의원의 경우 ‘황태자’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전횡이 문제됐고, 김복동 의원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잡음을 낳았다. 김홍일 의원도 인사에 개입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받았다. 이 부의장 쪽은 ‘세상이 변했고, 이 부의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당선될 경우 6선 의원의 대통령 친형에게 얼마만큼의 힘이 쏠릴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전 캠프 일각에서 당선 이후 친인척 관리의 단호함을 보이기 위해 선거에 앞서 이 부의장의 공직 사퇴를 건의하자,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이 친형인 이 부의장과의 관계 설정에서 첫출발부터 실패할 경우 자칫 5년 임기 내내 국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 부의장의 출마가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최근 언급한 ‘영남권 중심 40% 물갈이론’과 어떻게 교차될지도 관심이다. 73살의 고령과 현재 5선 의원인 대통령 친형이 물러나지 않으면서, 다른 의원들에게 용퇴를 주장하긴 쉽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의 영남지역 한 의원은 “공천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쪽 반발보다 이 당선인 쪽에서 먼저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권태호 이유주현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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