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 직접 발표 처음
“정부가 투자 개입 ‘난센스’”
“정부가 투자 개입 ‘난센스’”
청와대 회동이 열린 28일,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아침 일찍 여의도 전경련 회관으로 출근해 주요 간부회의를 직접 챙기며 이날 오후로 예정된 청와대 회의 준비에 몰두했다. 조 회장은 파워포인트 형식의 자료를 이용해 발표 예행 연습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1961년 전경련 창립 이래 회장이 대통령 앞에서 직접 발표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이 대통령 앞에서 해당 기업의 투자 규모를 사실상 ‘보고’하듯 발표하는 방식을 두고선 말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겉으로는 시장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행태만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엔 수출진흥확대회의나 월례회의 형태로 정부가 수시로 재벌 총수들을 불러 투자 계획을 다그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정작 이날 발표된 재계의 투자계획도 대부분 오래 전에 확정된 내용을 되풀이해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올해 현대제철이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2011년까지 모두 5조2400억원을 들여 당진 일관제철소에 고로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올해 집행분이다. 그나마 올해 집행분이 1조7천억원에서 3천억원 더 늘어났을 뿐이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개발독재 당시엔 정부가 전체적인 경제개발 프로그램을 짰고 정보도 우위에 있었으므로 투자 조정 등에 나설 여지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요즘 세상에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 계획에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살리기에 매달리는 정부나, 정부에 미운 털 박히지 않겠다는 재계의 이해가 맞아 일종의 이벤트를 벌이는 꼴”이라며 “기업들이 정부 비위를 맞추느라 비합리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그것 자체도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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