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낮 청와대에서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과 정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기침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강경파, 배후폰 펴며 ‘밀리면 안된다’ 목청
쇄신파 ‘대운하·쇠고기 해결’ 민심수습 주장
인적쇄신 폭 온도차…대놓고 류우익 비판
쇄신파 ‘대운하·쇠고기 해결’ 민심수습 주장
인적쇄신 폭 온도차…대놓고 류우익 비판
청와대 내부에서 국정 난맥상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서로 다투는 난타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 안에는 크게 ‘현상유지파’와 ‘전면적 국정쇄신파’가 맞서고 있다. 현상유지파는 “쇠고기 협상은 잘못한 게 없고, 촛불집회에는 ‘배후’가 있으니 강경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정쇄신파는 “민심은 안 받아들이면 더 악화되고,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분노까지 결합된 것이어서 빨리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쇄신파는 구체적으로 대운하 포기 선언, 박근혜 전 대표 쪽 끌어안기, (재협상을 포함해) 쇠고기 문제 전향적 해결 등을 정국 수습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서별로는 민정수석실·국정기획수석실이 기본적으로 쇄신파에 해당하며, 대통령실장실·정무수석실·대변인실 등이 현상유지파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부서 안에서도 수석과 개별 비서관·행정관이 견해가 다른 경우도 있어 한마디로 분류하긴 어렵다.
촛불집회 초기에는 “밀리면 안 된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는 현상유지파 내지 정면돌파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민심이 점점 악화하자 국정쇄신파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인적쇄신 폭을 놓고선 두 그룹이 ‘소폭 개편’과 ‘대폭 개편’을 각기 주장하면서 맞부닥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기의 소폭 주장이 힘을 잃고 ‘최소한 중폭’ 쪽으로 기류가 옮아가는 양상이다. ‘실세’로 통하는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편 폭에 대해 “중폭은 되지 않겠느냐”며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 (인사를) 매듭짓고, 다음주부터는 심기일전 하자는 주장이 많지만, 실제 프로세스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반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양상도 주목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류 실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국정운영 파행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며 “지금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류 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들이 류 실장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청와대 수석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시점이라, 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사라진 까닭이다. 그만큼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6·10 이후 국정운영 방향을 두고서도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강경 쪽에 가까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세력이 촛불집회를) 반미로 이어가려고 연말 집회까지 계획했다고 한다. 6·10이 지나면 효순·미선이(6·13), 6·15, 이후 부시 방한(7월 초)이 있고, 주한미군 부담금 문제 등 ‘반미’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라며 “그러나 정면돌파를 하려 해도 (촛불세력의) 동력이 떨어지게 한 뒤에 뭘 해도 해야 된다. 뒤에서 조정하고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무엇을 해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온건파에 속하는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6·10 이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정면돌파’가 아닌, 민심을 듣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첫째,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하고, 둘째, 외교적 노력을 더 경주하고, 셋째, 잘못된 것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호 황준범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