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 ‘100만 촛불대행진’ 집회장에 나타나 자유발언을 하려다 시민들의 비난을 받자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집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내각 일괄사의’ 의미와 전망
청와대 “누구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활
“재협상 원하는 국민들 설득 못해” 우려도
청와대 “누구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사활
“재협상 원하는 국민들 설득 못해” 우려도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일괄사의 표명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 쇄신 조처들이 ‘쇠고기 정국’으로 달아오른 ‘성난 민심’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의 사의 표명에 이어 이날 내각의 일괄사의 표명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적 쇄신 규모도 애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인사 폭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른바 ‘투 톱’을 모두 교체하느냐다. 현재로선 류 실장의 교체는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이고, 한 총리에 대해선 여론 향배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특히 ‘박근혜 총리’ 현실화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안팎에서 박 전 대표를 ‘구원투수’로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으나, 이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실세 총리’ 지위를 보장해줘야 한다. 이는 곧 이 대통령의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류 실장 후임으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맹형규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장은 정무 감각이 탁월하면서도 정치적 욕심이 없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는 인적 쇄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추가협상 △청와대 쇄신 △내각 개편 △국회 개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뚜렷한 개편 시기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적 쇄신이 (쇠고기 파문의) 상황을 정리하는 마지막 절차가 될 것”이라며 “민심이 수습됐을 때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미국 정부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인 정부의 방미단이 돌아오는 12일께 그 결과가 발표되고, 이어 인적 쇄신에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현재 방미단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자율규제 수준 이상의 수출 금지를 미국 정부가 보증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정부 보증 △청와대 수석과 내각 총괄 개편이라는 카드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느냐다. 또 ‘일괄사의 표명’이 형식적으로는 매우 강도가 높은데도,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정국 전환을 주도하기보단, 여론과 당에 떠밀려 이뤄지는 것처럼 비쳐 그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국민들은 내각 개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금은 국민들이 ‘재협상 하겠다’는 말에 목 말라 있어, 다른 조처로는 아무리 강도높은 방안을 내놓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