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20일 저녁 인선 발표가 끝난 뒤 청와대 충무실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참모진 개편 -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20일 새 대통령실장에 기용된 정정길(66) 울산대 총장은 일선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행정학 전문가로 꼽힌다.
청와대는 정 총장의 실장 기용 배경에 대해 “대통령학의 권위자로서 이론과 실무 (양 측면에서) 대통령을 잘 보좌할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신임 실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농수산부 기획계장을 지내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 뒤 경북대·서울대 등에서 교수를 지내며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 대학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학과 리더십, 조직 관리 등을 주로 연구해 왔으며, 그가 쓴 <정책학 원론> <대통령의 경제리더십> 등의 저작은 행정학도들의 필독서로 통한다.
정 실장은 196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 한-일 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할 때 당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이던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으며 옥고도 함께 치렀다. 정 실장은 이날 인선 결과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사회로 나와서는 저는 행정부로 갔고 이 대통령은 회사로 간 뒤 서로 바빠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80년대 들어서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을 만났고, 이후 6·3동지회도 만들어져서 1년에 두 번 정도씩 만나서 소주도 마시고 하는 관계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새 정부 조각 때도 교육과학부 장관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또 1980년대부터 20여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역시 서울대 교수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책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학자 출신으로 정무 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저는 교수 출신치고는 사회 전반에 대해 폭넓게 알아보려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촛불시위 사태라는 게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가급적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인연도 관심을 끈다. 울산대의 학교법인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인 정 최고위원은 2003년 정 실장을 학교 총장으로 임명했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정 내정자가 경륜도 많고 덕망이 높은 분이라서 정 최고위원이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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