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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호통치는’ 대통령…정치가 사라졌다

등록 2008-08-04 08:48

여야 국회 원구성 합의가 청와대의 거부로 무산되는 등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와 면담에서 박희태 대표(오른쪽),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 국회 원구성 합의가 청와대의 거부로 무산되는 등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와 면담에서 박희태 대표(오른쪽),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원구성 협상·대북특사론 등
한나라 추진 사안마다 퇴짜
당대표 리더십 무력화시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정상화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여야의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깨진 데 대해,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3일 민주당을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그건 대외용일 뿐이다.

정치를 오래 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으로 본다. 영남지역의 한 다선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청와대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일단 합의했다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최근의 국회 파행은 이명박 대통령 탓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이 불만스러운 것일까? 청와대와 한나라당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세 가지다.

첫째, 쇠고기 국정조사를 수용한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쇠고기 문제를 겨우 가라앉혀 놓았는데 국정조사로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았다는 것이다. 둘째, ‘불법론’이다. 장관 인사 청문회를 법에도 없는 특위에서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인 장관 임명 절차에 불법이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셋째,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불쾌함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협상을 잘못해 놓고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여야 원구성 협상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불만을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뿐만아니라 홍준표 원내대표를 겨냥해 ‘집안 호랑이’ ‘방안 퉁소’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들이 청와대와 당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과 태도는 매우 노골적이다. 5·6공의 행태와 닮았다. 그만큼 위험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 견제의 임무를 맡고 있는 입법부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여당에 개입은 했지만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쌓아 온 당정분리, 입법부 권한 강화 흐름이 역류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싫어하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한다. 모르면 겸손해야 한다. 잘 모르는 데 용감하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에서 정치는 한나라당이 하면 된다”고 공언해 왔다.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홍준표 원내대표를 불신하고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권력 내부 구조가 흔들리면 정치가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면서 정치가 흔들리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직접 나섰지만 사태가 더 꼬였다. 박희태 대표의 대북특사론도 일언지하에 깔아뭉개면서 한나라당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졌다.

해법은 뭘까? 이명박 대통령의 양보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려면 가끔 알고도 모르는 척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지혜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3일 ‘국회의원 발언대’라는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총체적 위기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리막길에서 급커브를 만난, 브레이크 고장난 불도저 같다. 국회는 폭풍우 속에서 기관고장으로 표류 중인 호화유람선 격이다.”

비교적 정확한 정국 인식이다. 그 총체적 위기를 불러온 최대의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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