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리더십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부터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을 표방했다.
이 대통령의 ‘시이오 리더십’이란, 국정 운영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나라를 ‘통치’하는 게 아니라, ‘경영’하려 한다”고 자주 말해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집권초 ‘전봇대 뽑기’, ‘경찰서 방문’, ‘직접 커피 타기’, ‘얼리 버드’ 등의 나름대로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이를 청와대는 실용, 현장 중시, 탈권위, 부지런함 등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분초 단위로 보고하라”는 식의 과도한 속도감과 재벌 그룹에서 요구되는 일사분란한 효율성에 치중한 70년대식 ‘시이오 리더십’의 부작용은 곧바로 나타났다. 방법론에 가까운 ‘실용주의’를 국정 기조로 채택한데다, 속도·효율성만을 강조한 탓에 정부 전체가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방향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쇠고기 수입 협상’이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물리적 성과에만 집착한 탓에 ‘과정’과 ‘합의’를 중요시하는 ‘정치’ 영역을 무시했다는 것이 ‘시이오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학자 시절인 지난 1994년 쓴 책 <대통령의 경제리더십>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 자체를 국가발전을 위해 쓸모없는, 심지어는 해로운 것으로 간주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대통령의 ‘시이오 리더십’과 묘하게 겹치는 느낌이다.
청와대에서 이제 ‘시이오 리더십’을 주창하는 이는 더이상 없다. 대신에 새로운 화두로 ‘섬김’, ‘소통’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실제 행동을 ‘섬김의 리더십’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법치’, ‘힘있는 국정 운영’이 걸맞는다. 참모들의 홍보논리와 별개로, 이 대통령은 여전히 ‘불도저식 리더십’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시이오 리더십은 스피드, 효율성, 일방향의 옛날 시이오 리더십으로, ‘박정희식 리더십’”이라며 “대사회적 관계, 쌍방향 소통, 아량과 타협,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요즘의 ‘시이오 리더십’과는 달라,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향후 이 대통령의 리더십 전망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 문제점을 파악하면 빨리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민생 대책 등) ‘스몰 윈’(Small win)을 계속 이뤄내야 지금의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데, 최근 흐름을 보면 여전히 ‘빅 프로젝트’를 통한 ‘빅 윈’(Big win)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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