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첫 연설 편성권 침해’ 사과…방송방식 KBS가 결정
청와대와 <한국방송>(KBS)이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정례화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라디오 연설 첫 방송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불거진 편성·제작자율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방송 쪽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 박선규 언론2비서관과 한국방송 서기철 라디오편성제작팀장 등은 21일 만나 격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통령 연설을 내보내되, 방송 시간과 방송 방식, 반론권 부여 등은 한국방송 판단에 맡긴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만남은 청와대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와 한국방송은 각자 내부 논의를 거쳐 27일께 다시 만나 세부 내용을 확정짓기로 했다.
한국방송은 22일 “자체 논의를 거친 결과 국정 책임자가 각종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해 정기편성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례화 첫 연설은 다음달 3일 7분 분량으로 방송되며, 한국방송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해 녹음할 계획이다.
박 비서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첫 연설을 성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방송사 처지를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 유감을 표명했다”며 “편성권과 제작권은 한국방송의 몫으로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대신 한국방송도 국민에게 대통령 연설을 전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뜻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라디오 피디들은 17일 라디오위원회를 열고 청와대의 사과와 편성·제작자율권 보장이 약속되지 않는 한 정례화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정한 바 있다.
한국방송은 정례화 조건으로 독점방송 권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방송 경영진은 22일 오후 개최된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노조 쪽에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 피디는 “청와대의 유감 표명은 수용하지만 11월3일 방송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를 쫓아가는 것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라디오 피디들 생각”이라고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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