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접수·답신 모두 기계음…담당직원 직통전화도 안 밝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아무개(28) 간사는 지난 8일 정보공개 청구 진행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다가 분통 터지는 경험을 했다.
우선 담당 직원 전화번호를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 누리집을 뒤졌지만 조직도에는 직원 이름이나 연락처가 나와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 간사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인 청와대 안내전화(02-730-5800)로 통화를 시도했다. ‘대통령실 직원 안내는 4번’이라는 설명에 따라 번호를 눌렀더니, 곧바로 직원 안내를 해주는 게 아니라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과 문의 내용, 전화번호를 남기면 검토해 연락하겠다는 녹음 음성이 흘러나왔다. 정 간사가 담당자와 통화하고 싶다는 용건을 남겼더니 20여분 만에 전화가 왔다. 그런데 내용은 ‘귀하의 민원 내용이 정확하지 않으니 다시 녹음해 달라’는 녹음 음성이었다. 그는 다시 같은 절차를 거쳐 용건을 남기고 10여분 뒤 청와대 담당부서의 연락처를 안내해주는 전화번호가 담긴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안내원을 통해 담당부서와 연결이 됐지만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원하던 통화를 하지 못했다. 나중에 전화할 수 있도록 담당자의 직통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는데도 전화를 받은 직원은 “청와대 직원 전화번호는 알려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청와대와 달리 대부분의 정부기관은 누리집에 직원 이름과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누리집에 이런 내용이 수록돼 있지 않은 정부기관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뿐이다. 한신대 조영삼 교수(기록관리학)는 “청와대에서 보안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직원 전화번호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도 국가기관인 만큼 국민이 청구하는 정보공개와 민원처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겨레>가 10일 청와대의 전화 민원접수 방식에 대해 문의하려고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용건을 남겼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세번째 전화를 했더니 그제야 직원이 전화를 해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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