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문화적 차이일 뿐, 저는 어떠한 성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귀국을 지시했다며, 스스로 조기귀국을 결정했다는 청와대의 전날 해명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진실공방과 함께, 청와대가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윤 대변인을 귀국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어떠한 성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현지시각 7일 밤, 방미 행사를 돕기 위해 한국대사관이 임시 고용한 여성 지원요원과 술을 마시다 이 지원요원을 성희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대변인은 “지원요원 뿐만 아니라 운전기사와 함께 워싱턴호텔 지하 바에서 30여분 가량 술을 마셨다. 제가 거기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제 맞은편에 가이드가 앉았고 제 오른편에 운전사가 앉았는데 어떻게 그 여성을 성추행할 수 있겠나. 운전기사가 있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성추행이나 폭언을 할 수 있었겠나. 30여분 동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변인은 술자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격려하는 의미에서 그런 자리를 가졌는데 미국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허리를 툭 친 것도) 미국에서 잘해서 성공하라는 위로와 격려의 제스쳐였는데, 그걸 달리 받았다면 그것 또한 깊이 반성하고 위로를 보낸다”며 ‘문화적 차이’를 탓했다. 윤 전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과 박근혜 대통령께 거듭 용서를 빌며,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두 차례 사과했으나, 이 지원요원에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사과 드린다는 말씀을 드렸다. 문화적 차이로 이해해서 그 가이드한테 제가 상처를 입혔다면 거듭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숙소로 이 지원요원을 불렀다는 의혹도 “시시티브이(CCTV)로 확인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8일(현지시각) 아침 숙소에서 노크 소리를 듣고 경황 중에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더니 이 지원요원이어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았울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제가 있을 땐 제 방에 그 가이드가 들어온 적이 없다. 그 여자를 방으로 불러 어떻게 하는 건, 제가 가진 도덕성과 상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변인은 또 이남기 홍보수석이 성추행 혐의를 언급하며 먼저 귀국을 지시했고, 귀국 비행기도 청와대 쪽에서 예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석이 ‘성희롱은 설명해도 납득이 안되니,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빨리 떠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수석이 직속상관이기 때문에, 그 지시를 받고 돌아온 것“이라는 주장했다. 미국 경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시각 8일) 경제인 조찬행사를 마치고 차에 탔는데 이 수석에게 전화가 왔다. 이 수석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는데,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선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잠시 후 이 수석이 ‘10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이 수석의 숙소인) 윌라드 호텔에서 가방을 받아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짐도 꾸리지 못한 채 황급히 귀국한 게 아니라, 청와대 쪽이 알아서 윤 전 대변인의의 숙소에 있던 짐을 꾸려 윌라드 호텔로 옮겨뒀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은 저한테 상황에 대해 물어본 일도 없고, 설명할 기간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저한테 그렇게(귀국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가는 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지금부터 오직 진실만을 밝히고 법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억측기사가 많이 나가 억울하다. 그런 주장을 언론이 보도하면서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의 확인도 하지 않고, 또 가이드의 직접적인 말을 듣지도 않고 인터넷상에 나온 것을 언론에서 무차별하게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깊은 유감을 표하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10일 내내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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