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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인천행 항공권’은 누가 예약했나?
윤창중-이남기 진실공방

등록 2013-05-11 18:04수정 2013-10-02 16:27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오른쪽)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오른쪽)
성추문만으론 부족? ‘윤창중 스캔들’ 2 라운드
윤창중, 기자회견 통해 이남기 수석 명의 청와대 사과문 반박
이남기, “귀국 여부 본인이 결정하라 했다” 기자회견 재반박
‘윤창중 스캔들’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귀국 과정을 둘러싼 진실 게임으로 변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남기 홍보수석이 귀국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 스스로 귀국을 결정했다는 전날 청와대의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그 밖에도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양쪽 모두, 각자가 입을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지만 어느 한 쪽이 더 큰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와대의 해명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거나 앞뒤가 안맞는 대목이 많아, 사건의 파장을 줄이고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윤 전 대변인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먼저 귀국시켰을 수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현지시각 8일 오전 9시10분께 차량 이동중에 이 수석에게 “할 얘기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영빈관(블레어 하우스)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돼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되겠다”고 말했다는 게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반면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30분 뒤인 오전 9시40분께, 프레스센터에 있던 전광삼 선임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화로 보고받았고, 같이 있던 윤 전 대변인에게 경위를 물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석은 “처음 사건을 인지한 게 9시40분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 일정 때문에 미 의회에 들어갈 차를 영빈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 선임행정관이 전화로 그런 상황을 보고했다. 윤 전 대변인도 영빈관 앞에 있어서 ‘방금 전에 당신의 성추행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간단히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미 의회 일정은 (원고를 읽는) 연설이니까, 당신은 당신 일이 있으니 (의회에 들어가지 말고) 그 일을 처리하라. 나는 연설 일정에 들어가야 되니, 행정관과 얘기를 좀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귀국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또 “제가 이 수석에게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느냐. 그럴 수 없다. 해명을 해도 이 자리(미국)에서 하겠다’고 말했지만, 잠시 후 이 수석이 ‘1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윌라드 호텔(이 수석의 숙소)에서 핸드캐리 짐을 받아서 나가라고 했다. 제 직속상관이니 그 지시를 받고, 댈러스 공항에 도착해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의 숙소는 영빈관과 차량으로 10~15분 가량 떨어진 페어팩스 호텔이었는데, 여기 있던 자신의 짐을 영빈관과 가까운 윌라드 호텔로 청와대 쪽이 이미 옮겨뒀었다는 얘기다. 비행기표까지 예매했다는 주장을 더하면, 청와대가 사건을 인지하자마자 윤 전 대변인을 귀국시키려고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에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미국 의회에 안 들어가면 가 있을 데가 없으니, 영빈관과 걸어서 5분 거리인 내 숙소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윤 전 대변인과 행정관들이 모여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 가든지 안 가든지 본인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윤 전 대변인이 어떻게 귀국했는지는 이튿날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전날 밤 전광삼 선임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이 여권을 갖다달라고 해 주미 한국문화원장이 전달했고, 호텔에서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자비로 항공권을 끊어 귀국한 걸로 안다”고 말했었다.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구멍’이 숭숭 난 해명이었지만,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의 말을 종합하면 최소한 윌라드호텔에서 청와대 인사들이 대책을 논의했고 이 쪽으로 윤 전 대변인의 짐을 옮겨와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귀국 항공권과 관련해선 전 선임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이 먼저 ‘항공편은 어떻게 돼 있느냐’고 물어오길래 ‘평일이니까 비즈니스석은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과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이미 경찰 신고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 “오전 8시 경제인 조찬모임 직전에 피해자가 성추행당했고 울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해 이런 얘기가 있는데 맞냐고 물었다. ‘그런 일 없었다. 사실무근’이라고 했다”는 게 전 선임행정관의 설명이다. 경찰 신고 시각은 오전 8시 무렵이다. 그는 ‘미국 경찰이 윤 전 대변인의 숙소에 나갔을 때 그가 조사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전 대변인은 행사에 가 있어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었다. 이 수석도 “전 선임행정관이 보고하면서 경찰이 온 것도 봤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선임행정관은 “(오전) 10시30분 이후에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가 와서 ‘경찰에 신고한 것 같다’고 보고했다”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수도 있고,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듣고 귀국을 결정했다는 청와대 쪽의 설명도 부인했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미국에서 조사를 하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수석은 ‘성희롱은 설명해도 납득이 안되니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선 떠나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이 과정을 설명한 전 선임행정관은 당초 “윤 전 대변인이 어쨌으면 좋겠냐고 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말씀드렸고, 본인이 귀국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같은 내용을 재차 질문하자 본인이 아니라 “현지 관계자들이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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