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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나라는 몸, 역사는 혼” 박근혜의 ‘이암 인용’ 적절했나

등록 2013-08-15 20:22수정 2013-08-15 23:02

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이암 선생, 고려말 홍건적 방어에 실패
행적 엇갈린 평가…적절한 비유인가 의문

독도 문제·위안부 등 민감 현안 언급 빠져
3·1절 기념사보다 메시지 약하다는 평가에
청와대 “독도 염두에 둔 것” 설명 나서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오전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려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의 말”이라며 이를 인용했다. 최근 노골적인 우경화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덧붙인 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시대 인물에 대한 대통령의 갑작스런 인용은 언론보도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지면서, 일본을 향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지난 3·1절 기념사와 비교해서도 대일 메시지의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청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인용은 한 줄이었지만 청와대의 부연 설명은 길었다. 이날 오후 청와대는 “이암 인용은 독도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뜻밖의’ 설명을 내놓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한 표현에 강한 대일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신체의 일부는 독도, 영혼의 상처는 왜곡된 역사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어떻게 보면 표현은 부드럽지만 내용은 아주 강하다. 이는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표현이고 절대 간단한 비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기자들도) 뻔히 다 아셨겠지만, 그런 정도로 참고해 달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의도처럼 이암(1297~1364)을 독도 관련 메시지로 인용한 것은 적절했을까. 역사적 평가는 갈리기 마련인데 이암도 마찬가지다. 무신이 아닌 문신이었던 이암은 고려 공민왕 8년(1359년) 홍건적이 침략하자 ‘서북면도원수’에 임명돼 군사를 거느리고 전방에 나갔다. 그러나 얼마 후 이암의 기력이 쇠해 군무를 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다(동아대 석당학술원 <국역 고려사>).

이암의 ‘국토 수호’ 의지에 대해 좀더 박한 역사적 평가도 있다. 이암이 서북면도원수가 됐지만 얼마 뒤 겁이 많아 도원수로서 군사를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체됐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것이다. 김창현이 쓴 <신돈과 그의 시대>는 이 부분을 이렇게 썼다. “도원수 이암은 여러 부대들이 합류하지 못하자 서경을 포기하고 그 남쪽 길목인 황주에 진을 쳤다. 청천강을 건넌 홍건적은 고려의 제2수도인 서경을 쉽게 함락했다. 화가 치민 왕은 이암이 나약해 군대를 장악하지 못한다며 파직하고 이승경을 도원수로 임명했다.”

박 대통령이 ‘신체의 일부’라는 독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경축사에 인용한 이암은 과연 적절한 비유일까. 이암의 행적에 대한 엇갈린 평가처럼, 또 다른 논란 거리가 될 수도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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